[인터뷰]하창우 변협회장 "검사장도 변호사 개업 막아야"

"전관예우 뿌리뽑기…전통은 법으로 세우는 것 아냐"
"상고법원 설치, 사법부 이기적·권위주의적 발상"
"사법시험은 희망사다리…로스쿨과 병행해야"
  • 등록 2015-06-29 오전 7:00:00

    수정 2015-06-29 오전 8:21:44

하창우 대한볍협회장
[이데일리 전재욱 기자] 차한성(61·사법연수원 7기) 전 대법관은 지난 3월 자신이 낸 변호사 개업신고서를 돌려받았다. 대한변호사협회(대한변협)가 대법관 출신 인사의 변호사 개업은 ‘전관예우’ 논란을 일으킬 수 있다며 이를 반려한 것이다. 변호사 개업은 신고제다. 개업신고서는 결격사유가 없으면 수리해야 한다. 법적 근거 없이 변협이 개업신고서를 돌려보내면서 월권 논란이 일었다. 그럼에도 하창우(61·15기) 대한변협회장은 차 전 대법관을 직접 찾아가 변호사 개업을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하 회장은 “전통은 법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며 “새로운 전통을 세우는 과정에서 법의 잣대를 들이대면 안 된다”고 했다.

하 회장은 차 전 대법관을 통해 전관예우 출구를, 박상옥 대법관을 통해 전관예우 입구를 막았다고 했다.(박 대법관은 취임 직후 하 회장을 찾아와 대법관 임기를 마치면 변호사 개업 대신 공익활동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제 임기 중에서 대법관 3명이 각각 임명되고 퇴임하는데, 변호사 개업을 다 막겠다”고 강조했다.

하 회장은 대법원이 추진 중인 상고법원 설치에도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대법관들이 자신의 기득권을 고수하고자 (대법관) 숫자를 안 늘리면서 사건부담을 줄이려는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하 회장은 양승태 대법원장의 고교·대학 후배다.

“(양 대법원장을 사적인 자리에서 만나면) 상당히 껄끄럽습니다. (양 대법원장이) 도와달라고 하죠. 그런데 재판제도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문제를 사적 인연으로 타협하면 안 되죠.”

하 회장은 사법시험을 없애는 대신 로스쿨과 병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2017년 치러지는 사법시험을 끝으로 법조인 양성의 몫은 법학대학전문대학원(로스쿨)으로 완전히 넘어간다.

다음은 일문일답.

-취임하고 가장 역점을 두고 추진한 사업은 무엇인가.

△전관예우 뿌리 뽑기다. 법조계의 가장 고질적인 병폐다. 판사·검사하면서 막강한 권력과 명예를 누린 사람이 퇴임하고 이를 이용해 큰돈을 버는 것은 굉장히 잘못된 일이다.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간다. 제 임기 중에 대법관 3명이 각각 임명되고 퇴임하는데, 변호사 개업을 다 막을 것이다. 일본은 최고재판소 재판관을 하고 변호사개업을 못한다는 법률이 없지만 아무도 안 한다. 법이 없어도 (개업하지 않는다는) 풍토가 형성된 것이다. 전통이라는 것은 법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나아가 헌법재판소 재판관, 법무부장관, 검찰총장까지 개업을 막아야 한다. 장기적으론 법원장이나 검사장 출신의 개업도 허용 여부를 고려해야 한다.

-상고법원 개설은 왜 반대하나

△상고법원은 사실상 위헌이다. 우리나라는 3심제인데, 상고법원으로 하면 4심제가 된다. 헌법 제101조는 ‘법원은 최고법원인 대법원과 각급법원으로 조직된다’고 돼 있다. 각급법원은 심급을 달리하는 법원이다. 상고법원이 각급법원에 해당한다면 그 위에 대법원이 있게 돼 4심제가 된다. 상고법원이 각급법원에 해당하지 않으면 설치할 헌법적 근거가 없다. 제일 중요한 문제는 국민의 불신이 커진다는 것이다. 2심과 상고법원 재판을 고등법원 부장판사가 하게 된다. 당사자는 고등법원 부장판사를 불신해서 상고했는데, 상고법원에서 같은 급의 판사가 또 재판하는 것이다. 이 제도는 대법관 숫자는 늘리지 않고 사건 부담을 완화하려고 만든 것이다. 얼마나 이기적이며 권위주의적인 발상인가. 대법관을 증원하면 된다. 법원조직법을 고치면 된다. 아주 간단한 절차를 두고 위헌 요소가 있는 상고법원의 도입·추진은 할 필요가 없다

-사법시험은 왜 존치해야 하나

△예전에는 고등학교만 나와도 법조인이 됐는데, 이제는 대학 나와서 다시 대학원 3년을 다녀야 변호사가 된다. 그런데 로스쿨은 학비가 너무 비싸다. 3년 동안 6000만원 정도 든다. 시골 농부의 자식도 법조인이 될 길을 만들어주자는 것이 사법시험 존치를 주장하는 목적이다. 신분 상승의 ‘희망 사다리’를 만들어야 사회가 안정된다. 로스쿨을 폐지하자는 것이 아니라 두 제도를 병행하자는 것이다. 외국 사례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독일은 1971년에 로스쿨을 도입하고 사법시험을 13년간 병행하다 결국 로스쿨을 폐지했다. 우리도 현실에 맞는 제도가 뭔지 두고 보자는 것이다.

-변호사가 검사를 평가하는 제도를 도입한다고 했다.

검사평가는 인권에 관련한 문제다. ‘사법 치사(致死)’라는 말이 나온다. 검찰조사를 받다가 왜 사람이 죽는가, 검찰수사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검사평가를 강력하게 요구하는 변호사들은 검사 출신이다. 한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개업하고 사건 현장을 가보니 검사가 말이 안 되는 수사를 하더라고 했다. 전국 지방변호사회가 시행하고, 대한변협이 자료를 축적하는 식으로 운영될 것이다. 문제의 검사 명단은 법무부와 대검찰청에 전달할 예정이다. 곧 시행할 것이다.

-변호사 2만명 시대다. 변호사들 먹고사는 문제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서울 지역 변호사들이 작년에 한 달 평균 1.9건을 수임했다. 변호사들이 빈곤단계로 접어들었다는 방증이다. 변호사 수를 제한해 공급을 줄여야 한다. 연간 변호사 배출 수를 1000명 정도로 묶어야 한다. 사법시험이 존치하면 사법시험으로 연 200명, 변호사 시험으로 연 800명을 배출하는 것이 적절하다. 부실한 로스쿨을 통폐합하고, 입학 정원을 1000명으로 맞추면 가능할 것이다. 그다음 변호사를 찾는 수요를 늘려야 한다. 변호사 직역 창출은 ‘밥그릇 싸움’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다. 현재는 국가가 소송을 당했을 때 변호사 아닌 공무원도 소송을 수행할 수 있다. 국가소송의 담당자를 공무원에서 변호사 자격이 있는 자로 바꾸는 내용의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소송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곧 입법 발의될 예정이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변호사 수요 창출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

-청년 변호사를 포함해 젊은이들에게 인생 선배로서 조언해달라.

정치할 생각은 전혀 없다. 대한변협 공보이사를 두 번에 걸쳐 했는데 당시 언론에 자주 등장했다. 하려면 그때 했을 것이다. 회장 임기를 마치면 변호사로 돌아갈 것이다. 소송 업무로 돈을 벌 생각을 없고, 젊은 변호사의 멘토 역할을 하며 봉사하고 싶다. 이들이 인생계획을 세우는 데 조언자 역할을 하고 싶다. 한번은 한 젊은 변호사가 찾아와 공기업이 월급 많이 준다고 해서 원서를 냈다고 했다. 공기업에서 일하면 편하지만, 변호사는 사건을 해야 한다. 나 같으면 월급 적게 받아도 로펌 고용 변호사를 하겠다고 말해줬다. 나중에 로펌에 변호사로 취직했다고, 그때 조언 고마웠다고 연락이 왔다. 후회 없는 인생을 살아야 한다. 젊은 변호사나 젊은이들이나 취업이 어려운 환경에 처해있다. 그러나 초년(初年) 고생은 인생의 보약이다. 초년에 고생하는 당신은 처음부터 안주하려는 자보다 성공할 가능성이 큰 사람이다.

●하창우 변협회장은 누구

하 협회장은 1954년생으로 경남 남해가 고향이다. 부산 경남고와 서울대 법대를 나와 1985년 사법연수원을 15기로 수료했다. 이후 변호사를 개업해 내리 30년 동안 재야 법조계에서 일했다. 2007년 서울지방변호사회장을 거쳐 지난 1월 제48대 대한변호사협회장에 당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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