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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은 임신이란 걸 아는 순간부터 아기를 낳을 때까지는 몸과 마음에 엄청난 변화가 찾아온다. 내 몸 안에 뛰는 심장이 2개라는 사실만큼 큰 변화가 또 어디있으랴. 갑자기 쏟아지는 잠을 주체 못하고 아무것도 아닌 일에 눈물이 핑 돌기도 한다.
이럴 때 직장 동료 혹은 주변 사람들은 당황한다. 뭔가 배려는 해야겠는데 방법은 잘 모르겠고, 유난떤다고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분명한 건 임산부는 배려해야 할 존재라는 것이다.
임신 기간을 3등분해라
임신 기간은 40주, 즉 열 달이다. 이 시기를 세 부분으로 나누면 첫 14주까지가 초기, 15~28기까지가 중기, 29주~출산까지가 후기다.
우선 초기는 주변인들이 느낄만한 신체의 변화는 거의 없다. 하지만 임산부에겐 가장 힘든 시기가 바로 초기다. 개인차가 크지만 대게 초기 때 입덧을 한다. (물론 해본 사람만이 그 고통을 알겠지만) 입덧은 술 왕창 먹은 다음날 메스꺼운 숙취가 석 달 정도 가는 것이라 상상하면 된다. 정말 괴롭다. 안 먹으면 토할 것 같고 먹으면 진짜 토한다. 하루 종일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는데 일이 손에 잡힐 리 만무하다.
초기 임산부의 직장 상사라면 이 시기 동안 부하직원은 잠시 없다고 생각하는게 속 편하다. 게다가 이 시기엔 이상하게 자도 자도 졸리다. 내가 입사하고 처음으로 회사를 그만두고 싶었을 때가 임신 11주때였다. 화장실 변기를 붙잡고 토하면서 ‘이건 인간이 할 짓이 아니야…’라고 느껴더랬다.
암울한 초기가 지나면 갑자기 기분이 날아갈 것 같은 중기가 온다. 배도 살짝 나오지만 본격적으로 나오는건 5개월이 지난 후라 자세히 보지 않곤 모르는 사람이 더 많다. 심신이 어느 정도 임신한 내 자신에 익숙해지면서 식욕이 마구 당긴다. 이 시기의 친구를 만난다면 맛집을 안내해주는 게 최고다. 먹는 양도 어마어마해서 남자들도 종종 놀란다.
지하철 속 임산부는 괴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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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과 멀미는 어울리지 않지만 임신 초기에 나는 지하철에서 몇 번을 내렸다 탔는지 모른다. 계속 토할 것 같고 다리는 후들거리는데 자리 비켜주는 이 하나 없다. 정말 이마에 ‘입덧중’이라고 써붙이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나마 내게 자리를 내줬던 사람들을 꼽자면 20대의 모범생으로 보였던 학생들과 젊은 직장 여성들 정도였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배 나온 채로 서있는게 괜시리 머쓱해 자리에 아예 없는 문가에 엉거주춤 서 있을 때가 더 많았다.
지하철이나 버스 등에서 임산부에 대한 배려는 의식 문제다. 노약자석에 젊은 여자가 앉아있으면 윽박지르기 전에 임산부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먼저 해보고, 일반석에도 괴로워보이는 젊은 아줌마(?)들에겐 자리를 내어주는게 어떨까. 임산부에게 자리를 내어주는 건 두 명을 편안케 해 준다는걸 잊지 말아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