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메이플라워호 맞이하자①] 직장도 모른채 '근로계약서' 사인

외국인지원센터서 본 현실
입국 전 직종·장소만 통보
  • 등록 2014-10-06 오전 6:00:00

    수정 2014-10-09 오후 3:10:20

[이데일리 특별취재팀] “국내 외국인 근로자 처우는 계속 나아지는 편인 것 같아요.”

이건 한국외국인력지원센터 태국어 상담원은 “일본은 아직도 연수생 제도”라며 이렇게 말했다.

국내에서도 외국인 근로자 도입 초창기인 1990년대까지는 일본의 외국인 산업연수생 제도를 차용했으나 외국인 근로자의 근로 기간 및 여건을 개선하자는 취지에서 지난 2004년부터 현재의 외국인 고용허가제를 도입했다.

스리랑카어 상담원 프레마랄(스리랑카·45) 씨도 “싱가포르나 이탈리아 같은 나라보다 여건이 좋은 편”이라고 덧붙였다.

그 역시 1991년 산업연수생으로 처음 왔다가 2006년 다시 돌아와 이곳에서 일하고 있는 외국인 근로자다. 물론 단순 노동자가 아니라 유창한 한국어와 경력을 가진 엘리트다.

한국외국인력지원센터(이하룡 센터장)는 외국인 근로자를 교육·상담하는 곳이다. 전화상담 3만건, 방문상담 1만건을 포함해 연 4만건의 상담을 하고 있다. 한국인도 있지만 프레마랄 씨와 같은 8명의 외국 근로자도 자국 근로자를 돕는다.

이전보다 나아졌다고 해서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었다. 개선해야 할 부분은 여전히 산적해있다. 이곳 최다 민원사항인 외국인 표준근로계약서 문제가 대표적이다.

외국인 노동자가 국내로 들어오기 위해 사인하는 이 한 장짜리 계약서에는 제조업·농축산업 같은 직군과 근로시간·장소 같은 기본사항밖에 없다. 사실상 아무것도 모른 채 한국에 오는 셈이다. 일단 오면 들은 것과 다르더라도 최장 3년을 일해야 한다. 못하겠다면 즉시 귀국행이다.

프레마랄 씨는 “현행 매칭 시스템은 부패를 막는다는 취지에서 무작위로 하고 있어 어느 회사로 배정받을지 전혀 알 수 없어 이곳 실정을 모르는 근로자는 무조건 사인할 수밖에 없다”며 “이곳에 와서 어떻게든 바꿔보려 하지만 쉽진 않다”고 말했다.

예전보다는 줄었지만 임금 체불이나 폭력 문제도 여전히 남아 있다는 게 이곳 상담원의 말이다.

방글라데시 상담원 슈먼 모하메드 씨는 “서울이나 수도권에서는 이제 (폭력 문제가) 거의 없지만, 지방 외떨어진 사업장에선 아직 있다”며 “시골 깊숙이 들어가면 노동부나 우리 같은 센터와 연락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김정욱 기자] 한국외국인력지원센터 상담원 (왼쪽부터) 이건씨와 프레마랄(스리랑카), 찬피런(캄보디아)이 상담을 온 외국인 근로자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예전에 비해선 처우가 나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개선해야 할 부분은 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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