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고용정보원(이하 한고원)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지난해 12월 유길상 원장이 수장을 맡으면서부터다. 유 원장은 고용·복지분야 최고 전문가로 꼽히는 인물 중 한 명이다. 취임 전부터 한고원의 장·단점을 누구보다 잘 파악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평소 한고원이 조직의 정체성을 잃어버렸다고 비판해온 유 원장은 취임 후 조직원들에게 변화와 혁신을 끊임없이 요구하고 있다.
“폐쇄적인 고용 정보 자물쇠 열 것”
한고원은 국가의 인력 수급을 전망하거나, 취업 사이트 ‘워크넷’을 통해 일자리를 연결하는 등의 업무를 하는 고용 정보 총괄 조직이다. 정부와 기업, 국민 모두가 고객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한고원은 국민에게 낯선 기관이었다.
유 원장은 한고원의 가장 큰 문제점 중 하나로 타깃 고객을 제대로 설정하지 못했다는 점을 꼽았다. 고용 정보 서비스의 주요 고객은 국민인데 그동안 정부 중심으로 서비스가 이뤄지면서 대국민 서비스가 엉망이 됐다는 게 이유다.
그는 조직의 혁신과 변화를 위해 취임 직후 2주 동안 경영 비전과 전략, 정책 과제들을 발표하고 사업 계획도 대폭 수정·개편했다.
유 원장은 “우선 워크넷과 직업능력개발정보망(HRD-Net), 외국인고용관리시스템 등 국가고용정보시스템의 콘텐츠를 대폭 보강해 사용자 친화적으로 개편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그동안 보안 차원에서 공개하지 않았던 방대한 고용 관련 빅데이터를 가공·분석해 국민이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 정보로 만든다는 방침이다.
그는 “한고원이 가지고 있는 고용 정보는 방대하다”며 “국민이 원하는 일자리를 찾고 더 나은 일자리로 이동하는 데 필요한 각종 취업 정보와 직업훈련 정보, 정부가 고용시장 현황을 파악하고 고용 정책을 세우는 데 필요한 고용 관련 각종 데이터베이스(DB) 및 조사 자료까지 다양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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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크넷은 고용노동부와 한고원이 함께 운영하는 취업 사이트다. 그동안 ‘워크넷’은 민간 취업포털과의 경쟁에서 밀린다는 평가를 받았다. 자료는 풍부하지만, 필요한 정보를 빠르고 쉽게 찾아보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유 원장은 “앞으로 워크넷의 취업 지원 서비스 기능을 대폭 개선할 것”이라며 “개인·수요자별 특성을 고려한 고용 서비스 종합 포털로 변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청년·여성·장년층 등 수요자별 특성에 맞는 맞춤식 고용 정보를 제공하고, 개인별 프로필 기반의 맞춤 일자리와 고용 관련 서비스를 대폭 확대하겠다는 설명이다.
예를 들어 청년층에는 작지만 강한 ‘강소(强小)기업’ 정보 제공을 강화한다거나, 원하는 일자리 조건을 입력하면 관련 일자리 정보는 물론 정부의 지원 프로그램과 연계되도록 하는 등 개인별 맞춤형 서비스가 가능하도록 하겠다는 것.
그는 “연내 고용과 복지를 연계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이미 개발에 착수한 상태”라며 “고용·복지 연계에 이어 이후에는 교육·문화 등 국민에게 필요한 모든 정보를 워크넷을 중심으로 통합 제공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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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원장은 “지난 8년간 시행착오에 대한 철저한 자기 반성과 전 직원 의지를 모아 제2개원을 선언하게 됐다”며 “이를 계기로 앞으로 모든 사업과 서비스가 철저히 국민 위주로 이뤄지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한고원의 제2개원과 새 비전 선포는 ‘고용정보원이 고용과 직업에 관한 정보를 수집·분석·제공하고, 고용서비스 선진화를 지원하는 기관으로서의 고유 기능과 정체성을 재확립해 시대적 소명인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고 국민을 위한 공공기관으로서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는 대국민 약속”이라고 말했다.
제2개원식에서 한고원은 △고용 정보 수집·분석·제공 강화 △진로 지도 및 직업 정보 제공 활성화 △고용서비스 선진화 지원 강화 △국가고용정보망 운영 효율화와 활용 활성화 △경영 혁신과 고성과 조직 실현 등 5대 추진 전략을 발표했다.
유 원장은 “제2개원 선언을 계기로 경영 효율화와 인사평가 시스템 개선, 일·가정 양립 문화 정착 등을 위한 혁신 로드맵을 적극적으로 실천해 가시적인 성과를 내겠다”고 다짐했다.
유길상 원장은…
유길상 원장은 대신고등학교와 고려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하와이 주립대 대학원에서 경제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1979년 제23회 행정고시 합격 후 경제기획원에서 근무했다. 미국 유학 후 한국노동연구원으로 자리를 이동, 부원장 등을 거쳐 한국기술교육대 테크노인력개발전문대학원 교수를 역임했다. 현 정부 들어서는 제18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고용·복지분과 전문위원과 대통령자문 국민경제자문회의 민생경제분과 민간위원을 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