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핏 "슈퍼펀드, 매입채권 10%는 유통시켜야"-FT

"키스 뿐만 아니라 잘 꾸며야 두꺼비가 왕자돼"
"시장이 가격 결정해야..투자자들 곧 시장 복귀할 것"
  • 등록 2007-10-26 오전 8:16:26

    수정 2007-10-26 오전 8:16:26

[이데일리 정영효기자] 워렌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은 가격 왜곡을 막기 위해 씨티그룹 등 대형 은행들이 이른바 `슈퍼펀드`를 통해 매입할 부실 채권의 10% 정도를 시장에 매각, 유통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25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워렌 버핏은 버크셔의 한국내 유일한 손자회사인 대구텍을 둘러보기 위해 대구를 방문한 자리에서 "시장이 가격을 결정해야 한다"며 대형은행들이 부실 채권을 쥐고 있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 `투자의 귀재` 워렌 버핏
슈퍼펀드란 씨티그룹과 뱅크 오브 아메리카(BOA), JP모간 체이스 등 미국의 대형은행들이 자사의 `SIV(Structured Investment Vehicle)` 부실을 타개하기 위해 공동으로 조성하는 자금을 말한다.

750억달러 이상의 규모가 될 것으로 보이는 슈퍼펀드를 운용해 자사의 SIV가 발행한 자산담보부 기업어음(ABCP)를 매입, 신용위기로 가라앉은 회사채 시장을 회생시킨다는 계획이다. 이들 은행들은 이를 `M-LEC(Master-Liquidity Enhancement Conduit)`란 이름으로 부르고 있다.

버핏 회장은 "(동화에 나오듯)키스만으로는 두꺼비를 왕자로 변신시킬 수 없고, 잘 꾸미는 것이 두꺼비를 왕자로 만들 수 있는 방법이라는 교훈을 투자자들은 반복 또 반복해서 새겨야 한다"고 말했다.

"그런데도 증권 시장의 일부 상상력이 매우 풍부한 투자자들은 키스만으로 두꺼비를 왕자로 만들려 든다"고 버핏 회장은 꼬집었다.

"부실화된 모기지 채권을 보유하기만 해서는 이를 재생시킬 수 없다"며 "닭이 홰를 치기 위해 다시 닭장으로 몰려드는 것처럼 모기지 발행자와 투자자들도 다시 시장으로 복귀할 것"이라고 버핏은 설명했다.

그는 따라서 "SIV가 보유하고 있는 부실 채권의 10% 정도를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와 무관한 사람들에게 매각해 시장에 유통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시장이 적절한 가격을 결정하도록 내버려 둔다면 SIV의 부실 채권은 실재 가치를 산정받을 수 있는 기회를 얻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버핏 회장의 이같은 발언은 `채권왕` 빌 그로스 핌코 최고투자책임자(CIO)가 슈퍼펀드를 가리켜 "돈을 한 쪽 주머니에서 다른 한 쪽 주머니로 옮기는 것과 같다"고 비난한 것과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슈퍼펀드를 통해 매입한 부실 채권을 쥐고 있는 것은 문제의 단면을 바꿔놓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날 처음 한국을 방문한 버핏 회장은 "한국 증시가 많이 올랐지만 적절한 수준이며, 향후 10년도 긍정적일 것"이라는 말을 남기고 오후 4시경 출국했다. (관련기사 ☞ 워렌 버핏 "韓 증시·기업 투자 매력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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