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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부상, 숨어서 공항 떠나
김 부상이 1일 오전 9시15분, 베이징발 미국 민항기인 유나이티드 888편으로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에 도착해 시내로 빠져나가는 과정은 한 편의 첩보영화와 같았다. 보도진을 따돌리기 위한 교묘한 위장전술과 통제가 잇따랐다.
100여명의 한·미·일 보도진은 2층 국제선 출국장에서 장사진을 치며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김 부상은 시간차를 두고 먼저 나온 수행원 2명이 시선을 끌며 보도진을 한쪽으로 유인하는 사이 미 당국의 보호 속에 1층 국내선 출국장을 통해 숨어서 빠져 나갔다. 일본의 한 민간TV방송이 5명의 카메라맨을 고용해 1, 2층 출국장마다 배치해 놓고 기다리다가 먼 거리에서 김 부상의 모습을 촬영한 것이 전부였다. 일본의 NHK를 비롯, 일부 방송사는 현지 오토바이맨들을 고용, 김 부상 일행의 리무진 차를 추격하도록 했으나 현지 경찰이 고속도로 입구를 차단해 실패했다. 이후 각국 취재진들은 시내 유명 음식점과 호텔을 뒤지는 대소동을 벌였으나 아무 흔적을 찾지 못했다.
◆어떤 성과 거둘까
김 부상 일행은 2일 오후 뉴욕으로 가 5일부터 공식적인 실무회담을 시작한다. 이에 앞서 주말인 3~4일에는 비공식 환영오찬과 세미나에도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들은 김 부상 일행이 6~7명으로 구성돼 있으며, 실무회담은 뉴욕의 미국 유엔대표부에서 열릴 것이라고 전했다.
이에 따라 북핵 합의문에 명시된 ▲북한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 ▲대(對)적성국 교역법 적용 제외 문제와 함께 대북 금융제재 완화 등이 주된 의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 평양에서 열릴 것으로 보이는 2차 실무회담 일정과 힐 차관보의 방북 가능성, 1단계 핵 합의 이행 이후 양자관계 등도 포괄적으로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미·북 관계 정상화는 북한의 불법행위 중단여부, 북한 인권상황,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 이행 등 수많은 쟁점들과 연결돼 있어 당장 어떤 문서에 서명하는 식의 급진전이 나올 가능성은 불투명하다. 특히 미국 내에서는 이런 문제들에 대한 명확한 해결이 없는 상태에서 외교관계 부분만 가속도를 내는 데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