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일 싸인 김계관의 ‘방미 6박7일’

힐과의 5·6일 회담외엔 모든게 안갯속
美경찰, 고속도로 막고 보도진 추격 따돌려
2000년 조명록 訪美때보다 더 철저히 일정 비밀에 부쳐
  • 등록 2007-03-03 오전 10:50:37

    수정 2007-03-03 오전 10:50:37

▲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
[조선일보 제공]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이 1일(현지시각) 미국 서부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한 이후 미·북 관계정상화 협의를 위한 6박7일간의 일정에 들어갔다. 김 부상의 동선(動線)은 그러나 오는 5, 6일 뉴욕에서 크리스토퍼 힐(Hill) 미 국무부 차관보와 회담을 갖는다는 것 외에는 모든 것이 철저하게 비밀에 가려져 있다.

◆김 부상, 숨어서 공항 떠나

김 부상이 1일 오전 9시15분, 베이징발 미국 민항기인 유나이티드 888편으로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에 도착해 시내로 빠져나가는 과정은 한 편의 첩보영화와 같았다. 보도진을 따돌리기 위한 교묘한 위장전술과 통제가 잇따랐다.

100여명의 한·미·일 보도진은 2층 국제선 출국장에서 장사진을 치며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김 부상은 시간차를 두고 먼저 나온 수행원 2명이 시선을 끌며 보도진을 한쪽으로 유인하는 사이 미 당국의 보호 속에 1층 국내선 출국장을 통해 숨어서 빠져 나갔다. 일본의 한 민간TV방송이 5명의 카메라맨을 고용해 1, 2층 출국장마다 배치해 놓고 기다리다가 먼 거리에서 김 부상의 모습을 촬영한 것이 전부였다. 일본의 NHK를 비롯, 일부 방송사는 현지 오토바이맨들을 고용, 김 부상 일행의 리무진 차를 추격하도록 했으나 현지 경찰이 고속도로 입구를 차단해 실패했다. 이후 각국 취재진들은 시내 유명 음식점과 호텔을 뒤지는 대소동을 벌였으나 아무 흔적을 찾지 못했다.

김 부상의 이번 방미 일정은, 지난 2000년 북한 권력서열 2위인 조명록 차수(次首)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특사자격으로 미국을 방문했던 때보다도 더 철저하게 비밀에 부쳐지고 있다. 조 차수도 그 해 10월 8일 샌프란시스코에 도착, 하룻밤을 보낸 뒤 워싱턴으로 가 당시 매들린 올브라이트(Albright) 국무장관과 3차례 회담을 갖고 빌 클린턴(Clinton) 대통령을 면담했다. 당시 조 차수의 대체적인 일정은 공개됐다. 반면 김 부상 일행의 일정은 회담날짜 외에는 전혀 사전 공표되지 않았다. 조 차수의 방미 일정은 4박5일이었으나, 이번에는 6박7일로 더 길다.

◆어떤 성과 거둘까

김 부상 일행은 2일 오후 뉴욕으로 가 5일부터 공식적인 실무회담을 시작한다. 이에 앞서 주말인 3~4일에는 비공식 환영오찬과 세미나에도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들은 김 부상 일행이 6~7명으로 구성돼 있으며, 실무회담은 뉴욕의 미국 유엔대표부에서 열릴 것이라고 전했다.

미·북 양측이 ‘2·13 북핵 합의’에 따른 이번 1차 관계정상화 실무회담에서 어떤 논의들을 할지는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고 있다. 힐 차관보는 “첫 회담인 만큼 앞으로 논의할 의제와 일정을 주로 논의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북핵 합의문에 명시된 ▲북한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 ▲대(對)적성국 교역법 적용 제외 문제와 함께 대북 금융제재 완화 등이 주된 의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 평양에서 열릴 것으로 보이는 2차 실무회담 일정과 힐 차관보의 방북 가능성, 1단계 핵 합의 이행 이후 양자관계 등도 포괄적으로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미·북 관계 정상화는 북한의 불법행위 중단여부, 북한 인권상황,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 이행 등 수많은 쟁점들과 연결돼 있어 당장 어떤 문서에 서명하는 식의 급진전이 나올 가능성은 불투명하다. 특히 미국 내에서는 이런 문제들에 대한 명확한 해결이 없는 상태에서 외교관계 부분만 가속도를 내는 데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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