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 후 2년간 대기업·중소기업 가리지 않고 낸 입사원서가 200장이 넘는데, 10곳을 지원하면 면접 오라는 곳은 1곳도 안 돼요. 어학연수도 다녀오고 토익 점수가 900점대 초반으로 괜찮은 편인데도, ‘지방대 출신에 여자’라는 이유로 다들 외면합니다.”
주 6일, 아침 7시부터 저녁 6시까지 일하면서 정씨가 받는 급여는 월 110만원. 시간당 3800원꼴로, 편의점 아르바이트보다는 조금 더 받는 편이다. 하지만 고시원 월세 35만원과 부모님께 보내는 용돈을 떼고 나면 식대며 교통비 쓰기도 빡빡하다.
정씨는 작년 가을, 직원 6명인 소형 출판사에서 몇 달간 교열직 일자리를 가진 적이 있었다. 하지만 회사 사정이 나빠져 두 달치 월급을 못 받은 채 다시 구직(求職) 대열에 나서야 했다. 대학 다닐 때 정씨의 목표는 외국계 기업에 취직하는 것. 그러나 지금은 정규직이기만 하면 중소기업이라도 눈물을 흘리며 달려가고 싶은 심정이라고 했다.
사례2. 지난 2월 서울 소재 사립 S대학 경영학과를 졸업한 백모(28)씨는 졸업 후 두 달도 안 돼 취업의 꿈을 접고, 아버지가 운영하는 공인중개사무소에서 일하고 있다.
“친척이 근무하는 관광회사며, 동네 할인마트 정규직 등 20곳에 원서를 넣었는데 다 떨어졌어요. 경기가 풀리는 내년쯤 다시 취직하겠다는 생각으로 아버지 사무실에 나가는 중입니다.”
현 정부가 출범한 후 3년간 만들어진 서비스 부문 일자리 개수는 94만 8천개. 정부가 서비스업의 고용창출 능력이 뛰어나다며, 서비스 부문에 각종 지원책을 쏟아부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삼성경제연구소 분석에 따르면, 이중 전체산업 월 평균임금(240만4000원)에 못 미치는 저임금 일자리가 79만6000개로, 전체의 84%에 달했다. 새로 만들어진 서비스 일자리 5개 중 4개가 전체 근로자의 평균 삶의 수준을 떨어뜨리는 저질(低質)의 일자리라는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근로자 중에서 전체 평균임금의 66% 이하를 받는 ‘저임금 근로자’ 비중은 26.8%에 이르러 주요 선진국의 8~16% 수준보다 훨씬 높았다.
동국대 김종일 교수는 “설사 정부 목표대로 각종 공공근로 정책 등을 통해 매년 일자리가 30만~40만개씩 창출된다 하더라도, 시장에 공급되는 일자리의 대부분이 저임금 서비스직에 불과하다면, 성장과 분배 어느 쪽으로도 좋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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