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손의연 기자] 보이스피싱을 비롯해 사기 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지만, 이에 대응할 입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피해를 막지 못하고 있는 모양새다. 정부 차원에서 추진한 ‘사기방지기본법’이 여야의 극심한 정쟁에 밀려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한 탓이다. 경찰은 다시 비슷한 법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윤석열 정부가 힘을 받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 이어지고 있어 이마저도 좌초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사진=게티이미지프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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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지난 21대 국회 당시 사기방지기본법을 추진했지만 결국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폐기됐다. 이 법은 경찰청 산하에 사기 방지의 콘트롤타워인 ‘사기통합신고대응원’을 두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 조직에 경찰이 가장 크게 기대하는 대목은 사기 조직으로 흘러 들어가는 피해금을 조기에 막는 것이다.
이 법에 따르면 대응원은 사기관련 정보를 수집하고 사기범죄 의심 금융거래에 대한 긴급 지급정지 조치 요청, 사기범죄 의심 통신수단 차단 요청, 사기위험행위 유포시 긴급 차단 또는 중단 등을 요청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사기범죄 관련 자료와 새롭게 접수되는 각종 신고·제보 등 데이터를 분석해 범행수단을 선제적으로 차단하는 역할도 맡을 전망이다.
현재 운영되고 있는 ‘전기통신금융사기 통합신고대응센터’가 보이스피싱 범죄에 일부 대처하고 있지만 ‘보이스피싱’의 범위가 좁은데다 사기범죄가 다양하게 진화해 범죄 유형을 명확하게 구분하기 어려워지고 있어 제도 밖에서 벌어지는 피해를 제대로 막을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사기방지기본법을 추진한 배경이기도 하다.
경찰은 22대 국회 출범과 함께 이와 유사한 ‘다중피해사기방지법’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 다수 국민을 상대로 금융·통신을 이용해 광범위한 피해를 야기하는 신종사기 등 악성사기 방지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법으로, 전체적인 사기 범죄를 초기 단계에서 사전 차단하겠다는 게 경찰의 의지다. 경찰 관계자는 “다중피해사기방지법은 아예 초기 단계에서 순찰하듯이 사기 범죄를 끊어내는 법으로 볼 수 있다”며 “다중피해사기방지법 법제화 작업에 힘을 쏟겠다”고 말했다.
다만 경찰의 이 추진 법안이 국회를 통과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21대 국회보다 여소야대가 더 극명해진데다, 이른바 ‘명태균 녹취 스캔들’로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이 크게 하락하고 있어 국정 동력 역시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사기범죄를 막기 위해 이 같은 법안이 꼭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사기공화국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사기 범죄가 극성인데, 사후 처벌강화에 늘 노력하지만 피해를 사전에 막는 것도 처벌과 수사 못지않게 중대한 문제”라며 “국가 전체를 좀 먹는 사기 범죄를 사전예방하기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