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형 IB, 내년 본격 도전…모의훈련으로 경쟁력 키운다"

[만났습니다②]엄주성 키움증권 대표 인터뷰
CFD·영풍제지 사태로 잃어버린 신뢰 회복
리스크 관리 최우선으로 초대형 IB 준비
부채관리 등 시뮬레이션 통해 업무 역량 길러
  • 등록 2024-04-03 오전 5:00:00

    수정 2024-04-03 오전 5:00:00

[이데일리 이용성 기자] 키움증권이 내년 본격적인 초대형 투자은행(IB)으로 도전에 나선다. 자기자본 규모 등 초대형 IB로 도약할 자격 요건은 이미 갖췄지만, 내부통제와 리스크 관리 강화를 통해 시스템을 정비하고 내실을 다진 후 제대로 시장에 안착하겠다는 목표다.

지난해 미흡한 리스크 관리로 시장의 신뢰가 하락해 초대형 IB 인가를 미룰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만큼 시간을 들여 경쟁력을 갖춰 시장에 진입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리스크 관리는 기본으로 초대형 IB 업무에 대해서도 올 한해 ‘모의 훈련’을 통해 역량을 키워 차별화를 꾀할 전략이다.

엄주성 키움증권 대표가 26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본사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사진=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엄주성 키움증권 대표는 “초대형 IB 인가 신청에 앞서 우선 리스크 관리 등 내부 정비에 방점을 찍을 것”이라며 “올해는 내부 관리에 좀 더 신경을 쓰고, 내년에 도전에 나서려 한다”고 말했다.

초대형 IB로 전환하려면 자기자본 규모 4조원을 넘어야 한다. 이외에도 대주주 적격성, 재무 건전성, 내부 통제 시스템 구축 등 여러 조건을 충족하고, 인가를 신청하면 금융 당국의 심사를 거쳐 최종 승인된다. 초대형 IB는 자기자본의 2배 한도로 만기 1년 이내의 어음 발행이 가능하다. 대규모 자금 조달에 유리할 뿐만 아니라 발행어음을 금융상품으로 활용할 수 있어 고객군도 넓힐 수 있다.

키움증권은 이미 자기자본 4조원을 넘기며 지난해 초대형 IB 인가를 위한 기회를 얻었다. 그러나 차액결제거래(CFD) 사태와 영풍제지 대규모 미수금 사태 등 여러 대내외적 악재가 겹치며 리스크 관리 능력이 도마에 올랐다. 그간 초대형 IB 인가에 도전했던 증권사들이 채용비리 의혹이나 대주주 적격성 문제 등으로 심사에 영향을 받았기 때문에 키움증권 역시 초대형 IB 인가와 멀어질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다만, 황현순 전 키움증권 사장이 미흡한 리스크 관리에 책임을 지고 빠르게 자리에서 물러나고 엄 대표가 취임 후 리스크 관리를 강조하며 일각에서는 키움증권이 올해 초대형 IB에 재도전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엄 대표는 “리스크 관리를 기업문화로 체화하면서 초대형 IB로 준비를 하고 있다”며 “초대형 IB 관련 업무를 미리 훈련하고 시뮬레이션해보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현업과 리스크 관리, 감사 부문 등 3중 체계로 리스크에 유기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 조직 구성원 모두가 매순간 리스크를 살피는 기업문화를 만들겠다는 것이 엄 대표의 설명이다. 이를 바탕으로 초대형 IB로 인가 후의 상황을 가정하고 관련 업무를 미리 훈련하는 작업을 지속하고 있다.

엄 대표는 “발행어음도 일종의 부채로 제대로 된 초대형 IB로 거듭나려면 부채 관리가 중요하다”며 “향후 초대형 IB로서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 지금은 모의 훈련을 지속하는 상태”라고 했다.

엄 대표가 이처럼 초대형 IB로서 훈련을 강조하는 것은 시장의 신뢰 회복을 위해서다. 그는 “초대형 IB 업무에 대한 훈련이 돼 있지 않다면 손해가 발생하는 비즈니스가 될 수 있다”며 “초대형 IB를 인가하는 금융당국, 그리고 관련 서비스 등을 기대하는 사회 구성원이 ‘키움이 준비됐다’고 할 수 있을 때까지 훈련을 지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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