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은정 기자] 우리나라 장기 국채 금리가 미국보다 빠르게 하락하면서 관련 상장지수펀드(ETF) 수익률이 고공 행진하고 있다. 기준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이 낮은 상황에서 내년 상반기까지 투자 매력이 유효하다는 의견이다. 다만 국채 시장이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을 과하게 반영하면 장기 국채의 과도한 강세를 따라가는 투자는 유의해야 한다는 조언이 따른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BSTAR 국채30년레버리지KAP(합성)은 1개월 새(22일 기준) 25.61% 상승해 전체 ETF 중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이어 TIGER 국고채30년스트립액티브는 20.96%, KBSTAR KIS국고채30년Enhanced는 16.69%로 역시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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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고채 금리가 최근 빠르게 하락하면서 관련 ETF 성과가 부각됐다. 장기채는 경기 판단과 수급에 의해 금리 수준이 결정되는데, 채권 발행량 축소 수급 이벤트에 따라 예상보다 빠르게 상승 모멘텀이 찾아왔다는 평가다. 지난 10월 말 발표한 국고채 발행계획에서 30년물 채권의 발행량을 대폭 줄일 것으로 나왔고, 30년 만기 국채의 강세가 시작됐다.
여기에 이달 초 비둘기파(통화 완화 선호)적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거치며 긴축 사이클 종료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다. 10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예상보다 낮은 수준으로 발표돼 채권 강세에 힘을 보탰고, 미국 고용지표 둔화에 따른 경기 둔화 전망도 장기채 금리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 금리가 하락하면 듀레이션(가중평균만기)이 길수록 자본이익이 생기면서 수익률이 상승한다.
기준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이 낮은 상황인 만큼, 내년 상반기까지는 국고채 ETF에 대한 투자 매력이 유효하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김대호 미래에셋자산운용 글로벌ETF운용본부 매니저는 “미국 대비 경제 성장에 대한 우려가 큰 점 또한 장기 국채의 약세를 저지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물가지수나 경제성장 지표가 부진하게 나올 경우 국채 시장은 종종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을 과하게 반영해 유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 매니저는 “실제 기준금리 인하까지 이루어지는 데 시간이 다소 필요하다”며 “장기 국채가 과도하게 강세를 보일 때 따라가는 투자에 대해선 유의가 필요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미국 장기채 ETF도 견조한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어 눈길이 쏠린다. ACE 미국30년국채선물레버리지(합성H)는 한 달 새 15.29% 기록했다. 미국채 30년 금리는 한 달간 5.09%에서 4.55%로 54bp(1bp=0.01%포인트) 하락했다. 미국채 30년의 듀레이션(가중평균만기)은 약 17년으로, 레버리지의 듀레이션은 30년 이상이다.
이미연 한국투자신탁운용 FI운용본부장 상무는 “한미 초장기금리가 큰 폭으로 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다면, 자본이익은 큰 차이가 나지 않으나 미 국채금리가 90bp 이상 높아 캐리(채권 보유수익)는 더 기대할 수 있다”며 “다만 정책금리의 인하 없이는 기대보다 자본이익에 대한 회수기간을 좀 더 길게 잡고, 금리가 반등할 때마다 분할 매수로 접근하는 것이 유리할 것”이라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