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관련 정보를 재무제표 수준으로 공개하는 ‘ESG 의무 공시’가 예정보다 1년 늦춰진다. 주요 골자는 17일, 최종 로드맵은 내달 발표된다. 기업의 현장 상황을 무시하고 섣불리 시행했다가 후폭풍만 거셀 것이란 우려가 커지자 정부가 한발 물러서면서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단순 연기만으로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않는다는 얘기가 나온다.
글로벌 스탠다드 격인 ‘IFRS 지속 가능성 공시 기준서’의 용어조차 통일되지 않은 상황에서 무리하게 의무화만 추진할 것이 아니라 중견·중소 기업을 중심으로 ESG 공시를 준비할 수 있는 지원과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 위치한 금융위원회. (사진=이데일리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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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이데일리 취재 결과 금융위원회는 오는 17일에 ESG금융추진단 3차회의를 열고 ‘ESG 의무공시 연기’ 관련한 전반적 방향에 대해 발표할 예정이다. ‘ESG 공시제도 로드맵’ 최종안은 기획재정부 주관 ‘민관 합동 ESG 정책협의회’를 거쳐 다음 달에 발표될 예정이다. 금융위, 금감원은 자산 2조원 이상 자산 코스피 상장사에 적용하는 ESG 의무공시를 2025년 시행에서 2026년으로 1년 연기하는 방안을 내부적으로 가닥을 잡은 상태다.
공시 의무화 1년 연기로 급한 불은 껐지만, 업계는 정부의 정책 추진 방향이 바뀌어야 한다고 보고 있다. 대기업조차 제대로 ESG 공시를 준비하지 못한 국내 상황을 살피지 않고 제도부터 도입하려 한 정부의 무리한 계획이 문제라는 지적이다. 글로벌 스탠다드를 따르는 목표를 달성하기는커녕 제도 도입 후 무더기 공시위반 적발 사례만 이어져 혼란만 가중될 수 있어서다.
실제로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ESG 전산시스템을 갖춘 기업은 14%에 불과해 10곳 중 9곳이 ‘준비 부족’ 상태다. 제대로 공시가 진행되려면 최소 1년 이상 의무공시를 연기하고 2~3년 책임 면제기간을 통해 제도를 정착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한종수 한국회계학회장(이화여대 경영학과 교수)은 “미래의 환경 비용까지 추산해 재무제표에 반영해야 하기 때문에 기업의 준비 과정은 간단하지 않은데 한 번 확정하면 파장은 크다”며 “특히 중견·중소기업이 제대로 준비할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하며 과속 없이 정교하게 로드맵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SG 공시제도 로드맵=환경·사회·지배구조(ESG) 관련 정보를 재무제표 수준으로 공개하는 정부 정책이다. 지난 6월 발표된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의 ESG 국제기준을 반영해 한국 기업에 적용된다. 적용 시 기업들은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계획 등 비재무적 정보도 공시해야 한다. 허위 공시를 할 경우 자본시장법 위반에 따른 제재 조치가 부과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