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남궁민관 기자] 이른바 ‘집들이’, ‘병문안’ 단골 선물로 꾸준한 인기를 끌었던 주스 시장이 쪼그라들기 시작한 건 이미 10여년 전부터였다. 주스를 대체할 탄산음료·차(茶)·커피 등 다양한 종류의 음료가 봇물을 이룬 데다 설탕·칼로리·카페인 등을 배제한 혁신 기술까지 더해지며 주스는 소비자들의 선택지에서 멀어져서다.
좀처럼 반전의 기회를 찾지 못하던 국내 주스 업계에 올해 출시 5개월 만에 1200만병에 육박하는 판매량을 올린 ‘대박’ 제품이 등장해 이목이 집중됐다. 웅진식품이 변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판단으로 3년 전부터 선제적으로 공들여 개발한 ‘제로슈거·칼로리’ 주스 ‘자연은 더말린’이 그 주인공이다.
| 김동희 웅진식품 중앙연구소 개발1팀장.(사진=웅진식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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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서울 가산디지털단지 웅진식품 중앙연구소에서 만난 김동희 개발1팀장은 “세계 주스 시장은 수년 전부터 제로 슈거·칼로리 제품들이 속속 등장했다”며 “국내에서도 이런 유행이 생길 것으로 예상하고 발빠르게 준비한 것이 성과로 연결됐다”고 전했다. 웅진식품은 국내에 제로슈거 열풍이 본격화 하기 전인 2020년부터 ‘자연은 더말린’ 개발에 착수했다.
당시는 경쟁음료들이 약진하는 사이 주스류가 부진을 거듭했다. 닐슨IQ코리아에 따르면 국내 음료 시장 규모는 2017년 5조5000억원에서 지난해 6조원으로 성장한 반면 주스 시장 규모는 같은 기간 5700억원에서 4900억원으로 뒷걸음질쳤다. 이에 전체 음료 시장에서 주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10.3%에서 8.1%로 내려앉았다. 웅진식품은 ‘자연은’을 비롯해 △초록매실 △가야농장 등 주스 제품으로 꾸준한 성과를 거두고 있었지만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아나선 것도 이런 이유가 가장 컸다.
가장 큰 문제는 주스의 원재료인 과일 자체에 당이 함유돼 있어 원물을 사용하면서 동시에 제로슈거·칼로리를 달성하는 것은 상당한 난제였다.
웅진식품이 주목한 것은 바로 ‘말린 과일’이다. 말린 과일에 고온의 스프레이를 분사해 맛과 향만 추출하고 당은 완전히 배제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데에 무려 2년이 걸렸다. 과일 원물을 사용한 주스의 걸쭉하면서도 무게감 있는 단맛을 구현하기 위해 대체 감미료를 조합하는 과정에도 상당한 개발 기간을 썼다.
김 팀장은 “주스는 배합탱크에 과일 등 원재료를 넣어 교반한 뒤 여과공정을 거쳐 제품화한다. 우리는 추출탱크에 말린 과일을 넣어 고온의 스프레이로 맛과 향만 추출하는 과정을 추가한 것”이라며 “맛과 향은 유지하면서 당과 칼로리도 완전히 배제될 수 있도록 온도와 시간 등 최적의 조건을 맞추는 것이 우리의 기술력”이라고 설명했다.
독보적 기술력은 이미 확보한 터 김 팀장은 자연은 더말린 라인업 강화는 물론 다른 식음료로 이를 확대 적용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봤다. 김 팀장은 “자연은 더말린은 목표 판매량을 이미 넘겼다”며 “제로슈거 이온음료나 에너지드링크 등 음료는 물론 식품 카테고리까지 충분히 적용 가능한 기술인만큼 소비자들의 수요를 면밀히 모니터링해 검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향후 제로슈거에 기능성까지 보강된 제품들이 주목을 받을 것으로 보이며 웅진식품 역시 자연은 더말린에 이은 혁신적인 기능성 제로슈거 주스를 선보이기 위한 연구개발을 이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