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은정 기자] 원·달러 환율이 연고점을 돌파하면서 환율 수혜를 누릴 수 있는 ‘환노출형 상장지수펀드(ETF)’의 성과가 부각되고 있다. 그러나 투자 흐름은 엇갈린다. 오를 대로 올랐다는 판단에 개인투자자들은 오히려 환율의 변동에 영향을 받지 않는 ‘환헤지형 ETF’에 손을 뻗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환율 변동성 국면에서 유형별 수수료와 주식·채권 등 상품별 투자자산을 함께 고려하길 권고한다.
|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원·달러 환율이 표시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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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1개월(지난 21일 기준) 환헤지형인 KODEX 미국S&P500(H)은 -4.76%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같은 지수를 추종하지만 환노출형 상품인 KODEX 미국S&P500TR은 1.42%를 기록하며, 환헤지형을 웃돌았다.
원·달러 환율이 고공 상승하면서, 환율 변동의 영향을 그대로 반영하는 환노출형 상품의 상대적 강세가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외국환중개에 따르면 지난 21일 원·달러 환율은 1342.6원에 거래를 마쳤고, 종가 기준으로 약 9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며 연고점을 갈아치웠다. 미국 국채금리 상승에 따른 달러화 강세와 중국 부동산 위기가 맞물린 영향이다. 오는 24일부터 열리는 잭슨홀 미팅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정책 긴축 경계감을 키우고 있다.
다만 ETF의 성과와 투자 흐름은 엇갈린다. 개인은 성과 우위인 환노출형보다 환헤지형에 손길을 뻗었다. 개인은 최근 1개월 환헤지형인 TIGER 미국나스닥100TR(H)은 38억7618만원어치 사들인 반면, TIGER 미국나스닥100은 273억9348만원 규모를 팔았다. KODEX 미국S&P500(H)의 순매수 규모(12억5807만원)도 환노출형인 KODEX 미국S&P500TR(5억4372만원)을 상회했다.
환율이 고점에 이르자 앞으로는 떨어질 것이란 예상에 환율 변동을 방어하는 환헤지형 투자 수요가 늘었다는 해석이다. 오민석 미래에셋자산운용 글로벌ETF본부장은 “환노출형은 강달러 효과가 지수 하락분을 완화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만, 환율이 높다는 인식과 그간 상승이 부각했던 나스닥100 차익 실현이 맞물리며 환노출형 순매도가 나타나고 있다”며 “환율 고점 구간에서 나스닥100을 새롭게 담고 싶은 투자자들은 환헤지형을 선택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장기 투자자들에게는 환노출형이 유리할 수 있다는 조언이다. 환헤지 비용을 소모하지 않을 수 있어서다. 환율뿐만 아니라 주식, 채권 등 ETF의 투자자산 유형별로 장기 환 효과를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남용수 한국투자신탁운용 ETF운용본부장은 “장기 투자 시 주식은 달러 노출형이, 채권은 달러 환헤지형이 샤프지수(펀드의 변동성 대비 위험자산에 투자해 얻은 초과수익 정도)가 높다”고 분석했다. 임태혁 삼성자산운용 ETF운용본부장은 “해외 주식·채권 투자자는 원·달러 범위를 정해놓고, 범위 하단에서는 환노출형, 상단에서는 환헤지형에 대한 투자를 고려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