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채무불이행(디폴트)은 없을 것으로 본다. (공화당 소속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
미국 부채 한도 상향 협상에 대한 청신호가 켜졌다. 핵심 협상 파트너인 바이든 대통령과 매카시 의장이 모두 ‘디폴트는 없다’는 큰 틀의 합의는 이룬 것으로 보여서다. 다만 섣부른 낙관은 금물이라는 의견도 있다. 특히 양측은 부채 한도 상향과 사실상 연계돼 있는 지출 삭감에 대해 이견이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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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매카시 “디폴트 없을 것”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차 일본으로 출국하기 전 기자회견을 통해 “우리는 디폴트에 빠지지 않고 예산에 대해 합의에 이를 수 있다고 확신한다”며 “이번 협상은 예산에 관한 것이지 미국이 부채를 지불할지 말지에 대한 게 아니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전날 협상에 대해서는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지도자들은 우리가 청구서를 지불하지 못하면 미국 경제와 국민에게 재앙이 발생할 것이라는 점을 알고 있다”며 “그들은 모두 미국이 디폴트에 빠지지 않을 것이라는데 동의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다른 대안은 없다”며 “우리는 미국을 위해 옳은 일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아울러 협상 권한을 가진 실무진 협의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을 확인하면서 “G7 정상회의 때도 매카시 의장은 물론이고 실무진과 계속 접촉할 것”이라고 했다.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은 일본행 기내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은 G7 정상들에게 미국이 디폴트를 피할 것이라는 확신을 표할 것”이라며 “대통령이 일정을 연기한 이유는 해야 할 일을 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협상 파트너인 매카시 의장 역시 앞서 이날 오전 CNBC와 만나 “바이든 대통령의 협상 의지에 고무됐다”며 “결국 디폴트는 없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매카시 의장은 이어 “제가 유일하게 확신하는 것은 합의에 이르는 길을 찾는 구조를 갖게 됐다는 점”이라며 “(협상 타결을 위한) 시간표는 옳게 가고 있다”고 했다.
지출 삭감 이견…“낙관론 섣불러”
실제 바이든 대통령은 “몇 가지 (미세 조정은) 가능하다”면서도 “현재 존재하는 것보다 훨씬 큰 근로 요구는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매카시 의장은 “근로 조건은 부양가족이 없는 건강한 사람에게만 적용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매카시 의장은 이날 오후 공화당 소속 상·하원 의원들이 나선 기자회견에 예고 없이 나타나 “합의가 제때 이뤄지지 않을 경우 ‘바이든 디폴트’가 나타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 부채는 미국 경제보다 20% 이상 크다”며 “우리가 아무 것도 하지 않는다면 향후 10년간 더 많은 이자를 내야 할 것”이라고 했다. 현재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연방부채 비율이 120%가 넘는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이는 역대 최고 수준이다.
금융시장은 합의 낙관론에 반응하며 위험 선호 심리가 도드라졌다. 이날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대형주 중심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1.19% 오른 4158.77에 거래를 마쳤다. 기술주 위주의 나스닥 지수는 1.28% 뛴 1만2500.57을 기록했다. 씨티그룹의 앤드루 홀렌호스트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바이든 대통령과 매카시 의장간 협상은 합리적으로 기대할 수 있을 만큼 잘 진행됐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일부 불안감도 있다. CFRA의 샘 스토벌 수석투자전략가는 “부채 한도 협상에 대한 소식은 점점 낙관적으로 가고 있다”면서도 “시장은 (박스권에서) 고착화할 것으로 본다”고 점쳤다. 사태를 낙관하기에는 불확실성이 많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