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부터 직장인들 사이에선 진짜 월급은 세후가 아니라 ‘카후(카드값이 빠져 나간 후의 잔액)’라는 말이 유행하기 시작했다. 소득 대비 씀씀이가 큰 직장인들의 자조 섞인 우스갯소리였던 농담이었다. 그러나 고물가 상황이 이어지면서 ‘카후’ 월급 농담은 분노의 목소리로 바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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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자가 받는 임금을 단순히 화폐액으로 표시한 명목임금, 실질임금은 그 명목임금으로 실제 구입할 수 있는 상품의 수량를 뜻한다. 명목임금은 429만7000원으로 전년동월대비 8만9000원 늘었다. 월급 명세서상으로는 지난해보다 월급이 9만원가량 늘었지만, 고물가로 인해 상품을 살 수 있는 능력은 11만원 줄었다는 얘기다.
최근 실질임금 감소는 중소기업 근로자에게 상대적으로 더 큰 충격을 준 모습이다. 300인 이상 사업장의 1~2월 월평균 명목임금은 756만6000원, 실질임금은 686만3000원이었다. 그러나 300인 미만 사업장의 명목임금은 363만4000원, 실질임금은 329만6000원에 그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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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의류·신발 물가가 1년 전보다 6% 넘게 올라 11년여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외식(7.4%)·가공식품(9.1%) 등은 상승률이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크게 웃돌았다. 정부가 외식업계를 만나 “외식 프랜차이즈 업계와 관련 협회에서 당분간 가격 인상을 자제하는 등 밥상물가 안정을 위해 최대한 협조해달라”고 당부할 정도다.
특히 전기요금이나 가스요금 등 공공요금도 인상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한국전력과 가스공사의 적자가 심각한 상황인데다, 본격적인 여름철 전기 수요가 많아지기 전인 2분기가 요금을 인상할 적기라는 분석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실질임금의 하락은 직장인들만의 고충이 아니다. 임금수준이 더 낮아진 중소기업의 구인난도 부추기기 때문이다. 소규모 사업장의 빈 일자리는 두 달째 20만개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다. 빈 일자리는 현재 비어 있거나 1개월 안에 새로 채용될 수 있는 일자리로 이 수치의 증가는 곧 구인난으로 해석할 수 있다.
3월 기준 빈 일자리 수는 20만7000개로 1월에 비해 2만개가량 늘었다. 이중 약 65%는 3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이다. 실질임금 하락으로 구직자들이 임금수준이 더 낮아진 일자리에 취업하기를 꺼리면서 구인난이 더 심해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향숙 고용노동부 노동시장조사과장은 “올해 물가상승률은 3%대로 전망되고 있기 때문에 만약에 명목임금 상승률이 3%대를 상회한다면 실질임금 상승률도 개선될 수 있을 것”이라며 “다만, 경기 불확실성 등을 감안해야 하기 때문에 계속 모니터링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