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동섭 SK온 최고경영자(CEO) 사장은 지난 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시 맨해튼의 한 식당에서 특파원단 간담회를 열고 “포드와의 전기차용 배터리 생산 합작사(JV) ‘블루오벌SK’(BlueOval SK)가 완성되면 오는 2025년에는 글로벌 톱3 안에 드는 배터리 회사가 될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SK온은 지난해 10월 SK이노베이션(096770) 배터리 사업이 물적분할을 하면서 출범한 법인이다.
지 사장은 5일 미국 켄터키주에서 열린 블루오벌SK 공장 기공식에 참석하기에 앞서 뉴욕에서 특파원단과 만났다. 지 사장이 간담회를 연 것은 SK온 출범 이후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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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 사장의 언급은 미국의 IRA가 장기적으로 사업에 유리할 것이라는 의미로 읽힌다. IRA의 주요 골자 중 하나는 미국산 부품과 광물을 일정 비율 이상 쓴 전기차에만 최대 7500달러의 보조금을 준다는 조항이다. 일찌감치 희토류, 리튬 같은 광물에 투자해 왔던 중국을 겨냥한 조치다. 미국이 직접 광물 생산을 늘리면 이를 받아줄 배터리 셀 기업이 필요한데, 중국 업체를 제외하면 SK온 외에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파나소닉 정도다. 이를 위해 미국 당국이 한국 기업에게 ‘미국에 와서 생산해 달라’며 각종 보조금 혜택을 주는 게 IRA의 주요 내용 가운데 하나다.
지 사장은 “(IRA에 따른) 배터리 관련 보조금은 킬로와트(㎾)당 35달러 등인데, 아직 세부 규정은 발표되지 않았다”며 “연말 혹은 연초에 나온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은 공장 건설비와 인건비 등이 다른 대륙에 비해 많이 든다”면서도 “(미국의) 정부 정책 측면에서 경쟁 우위를 가져갈 수 있다면 미국을 생산 거점으로 선택하는 게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지 사장은 미국과 중국간 갈등의 영향에 대해서는 “사업을 하는 입장에서 지정학적인 환경은 받아들일 수밖에 없고 빠르게 적응해 나가야 한다고 본다”며 “아직 미중 관계를 피부로 느끼는 것은 없지만 환경에 맞춰 헤쳐나갈 것”이라고 했다. 현재 광물 분야는 중국이 압도적으로 주도하는 시장이다. SK온 입장에서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다소 고민이 있을 수 있는 사업 환경이다.
한편 이날 기공식을 마친 블루오벌SK는 SK온과 포드가 지분은 50%씩 갖고 있는 합작사다. 첫 3년간 SK온 측의 함창우 대표가 회사를 이끈다. 사업장은 켄터키주 1·2공장과 테네시주 1공장 등 세 개를 계획하고 있다.
SK온 관계자는 “두 회사가 함께 10조2000억원을 투자해 구축하는 미국 최대의 전기차용 배터리 생산시설 프로젝트”라며 “한국 기업들이 핵심 소재를 납품하는 등 한국 소재·장비업계에 2조원 이상의 경제효과가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