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이번 윤 대통령의 영국과 유엔 그리고 캐나다 방문을 보면, 대통령실의 인적 개편이 무엇을 위한 것이었는지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 이번 윤 대통령의 순방은 여러모로 구설수가 많았기 때문이다. 영국에서는, 조문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야당의 공격이 있었고, 한일 정상회담은 우리 측의 주장대로 ‘약식 회담’인지, 일본의 주장대로 ‘간담회’였는지 설이 분분할 뿐 아니라, 바이든 대통령과의 ‘만남’은 48초 동안 이뤄졌다는 차원에서 말들이 많을 수밖에 없다. 순방 막판에는 윤 대통령의 비속어 논란마저 불거졌다. 흔히 외교는 말과 의전이라고 하는데, 의전도 문제였고, 말도 화근이 되는 순방이었던 것이다.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니 대통령 지지율은 다시금 20%대로 떨어졌다. 한국갤럽의 9월 4주 차 정례 여론조사(9월 20일부터 2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 응답률은 10.4%,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3.1%p)를 보면,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지난주 대비 5%p 떨어진 28%를 기록했다.
한일 정상회담과 한미 정상회담이 이뤄질 것이라고 성급히 발표한 것은 외교상의 중대한 실수다. 지금의 한일관계를 고려하고, 또한 상대국의 현재 상황을 고려하며 회담 성사를 밝혔어야 했다는 것이다. 현재 일본 정부의 상황은 우리만큼 힘들다. 기시다 정권의 지지율이 20%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기시다 정권에게 한일 정상회담은 적지 않은 부담일 수밖에 없다. 이런 일본의 상황을 감안했다면, 섣부른 회담 성사 발표는 없었을 것이다. 한미 정상회담도 마찬가지다. 일반적으로 유엔을 방문하는 외국 국가 원수들은 두 사람을 꼭 만나고 싶어 한다. 한 사람은 유엔 사무총장, 다른 한 사람은 미국 대통령이다. 유엔 사무총장은 웬만하면 유엔 본부를 방문한 외국 국가 원수를 만난다. 유엔의 수장으로써 회원국 국가 원수를 만나는 것은, 업무의 일환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미국 대통령의 경우는 유엔을 방문하는 국가 원수들을 현실적으로 모두 만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