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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자들, 위험자산 투자 축소”
29일(현지시간)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이날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블루칩을 모아놓은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0.57% 빠진 3만2098.99에 마감했다. 대형주 중심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0.67% 내린 4030.61에 거래를 마쳤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1.02% 떨어진 1만2017.67을 기록했다. 이외에 중소형주 위주의 러셀 2000 지수는 0.89% 떨어졌다.
3대 지수는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예상 밖 매파 발언을 쏟아냈던 지난 26일 각각 3.03%, 3.37%, 3.94% 폭락했다. 파월 의장은 8분 남짓한 짧은 연설을 통해 “미국 경제에 일부 고통을 유발해도 금리를 인상해 나갈 것”이라며 “(이미 중립금리 수준까지 인상했음에도) 멈출 지점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 이후 첫 거래일인 이날 낙폭은 작아졌지만 투자 심리가 얼어붙어 있기는 마찬가지였고, 장 초반부터 줄곧 약세를 보였다.
가상자산의 타격은 더 컸다.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가상자산 시가총액 1위인 비트코인은 장중 2만달러 선이 무너졌다. 최근 24시간 내 1만9600.79달러까지 떨어졌다.
벤시뇨르 투자전략의 릭 벤시뇨르 대표는 “투자자들이 다시 리스크 온(위험자산 투자) 포지션을 줄이고 있다”며 “위험자산 투자는 대가를 치르게 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CFRA 리서치의 샘 스토벌 수석투자전략가는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시장은 고통을 겪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월가 인사들의 매파 발언은 이날도 이어졌다.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잭슨홀 이후 증시의 반응을 보는 것이 행복하다”며 “사람들은 이제 인플레이션을 2%로 되돌리겠다는 우리의 약속이 얼마나 진지한지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지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 증시 랠리를 보고 신나지 않았다”고도 했다. 카시카리 총재는 당초 비둘기 인사로 분류됐으나, 근래 들어 가장 강경한 매파 목소리를 내고 있다.
월가에서는 연준이 다음달 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최소한 75bp(1bp=0.01%포인트) 인상할 것이라는데 기울고 있다. 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이날 오후 현재 시장은 75bp를 올릴 가능성을 74.5%로 보고 있다. 파월 의장이 연설했던 26일 당일보다 13%포인트 이상 뛰었다. 50bp 빅스텝 확률은 20%대에 불과하다. 일부에서는 100bp 인상 전망까지 나온다. 연준이 최소한 자이언트스텝은 밟을 것이고 추후 경제 지표에 따라 울트라스텝까지 갈 수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전망이 짙어지면서 연준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물 국채금리는 이날 장중 3.489%까지 치솟았다. 지난 2007년 이후 볼 수 없었던 레벨이다.
애플(-1.37%), 마이크로소프트(-1.07%), 아마존(-0.73%), 알파벳(구글 모회사·-0.86%), 테슬라(-1.14%), 메타(페이스북 모회사·-1.61%), 엔비디아(-2.82%) 등 주요 빅테크 주식들을 모두 약세를 보였다.
이 와중에 사우디發 유가 또 급등
유럽 주요국 증시는 일제히 하락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시의 DAX 30 지수는 0.61% 내린 1만2892.99에, 프랑스 파리 증시의 CAC 40 지수는 0.83% 하락한 6222.28에 각각 거래를 마쳤다. 범유럽지수인 유로 Stoxx 50 지수는 0.92% 떨어진 3570.51을 기록했다.
이 와중에 국제유가는 공급 부족 우려에 상승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0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거래일 대비 4.2% 상승한 배럴당 97.0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달 29일 이후 한 달 만의 최고치다. 장중에는 배럴당 97.37달러까지 치솟았다.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거래되는 10월물 브렌트유 가격은 장중 105.48달러까지 상승했다.
이는 주요 산유국 모임인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실질적으로 이끄는 사우디아라비아가 감산 가능성을 시사했기 때문이다. 압둘아지즈 빈 살만 알 사우드 사우디 에너지장관은 최근 “OPEC이 감산을 고려할 수 있다”고 했다. 세계 2위 산유국인 러시아까지 OPEC+에 속해있다는 점에서, 최대 산유국인 미국이 생산량을 늘린다고 해도 유가는 OPEC+의 결정에 좌우되는 구조다. 주요 산유국들이 생산에 미온적이면 인플레이션 공포는 더 커질 수 있다.
오안다의 에드워드 모야 선임시장분석가는 “(OPEC+의 감산으로) 원유시장의 수급은 빡빡해질 가능성이 높다”며 “공급 측면의 위험이 너무 커서 배럴당 100달러 넘게 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