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부주의한 경찰 수사로 前남양주시장 '명예실추'"

경찰, '채용비리의혹' 압수수색 중 별건 수사
3자 참고인조사 하면서 별건수사 내용 흘려
지역에 사실과 다른 내용 급속도로 확산돼
조광한 "경찰 강압수사 관행 경각심 일깨워야"
  • 등록 2022-07-11 오전 7:32:38

    수정 2022-07-11 오후 3:53:48

[남양주=이데일리 정재훈 기자] 지난해 말 무죄 판결을 받은 ‘남양주도시공사 채용비리 의혹’에 대한 수사를 담당했던 경찰이 사건과 관련 없는 정보를 흘려 당시 남양주시장에게 정치적 타격을 입힌것이 국가인권위원회 조사 결과 드러났다.

조광한 전 남양주시장.(사진=정재훈기자)
11일 국가인권위원회에 따르면 경기북부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2020년 7월 경기도청의 수사의뢰로 남양주도시공사 감사실장 채용 비리 의혹을 수사하면서 압수한 당시 조광한 남양주시장의 휴대폰에서 수표 3억 원 및 미국 화폐가 든 봉투와 인수증이 담긴 사진을 확인하고 이를 별건 뇌물수수 혐의로 인지했다.

경찰은 당시 채용비리 의혹으로 남양주 일대가 떠들썩한 상황에서 이 사진을 근거로 조 시장의 정부비서관이던 A씨에게 “조 시장의 휴대폰에서 거액의 수표 사진이 발견돼 이에 대한 참고인 조사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앞서 경찰은 조 시장의 휴대폰에서 발견된 인수증의 당사자인 B씨에게 사진을 전송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경찰의 이같은 발언으로 A씨가 채용비리 혐의에 대한 결정적 증거가 발견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고 판단했다.

A씨는 조 시장이 채용비리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으며 경찰은 A씨가 조 시장과 갈등 관계에 있었던 사실 또한 인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인권위는 분석했다.

결국 경찰이 조 시장과 상당한 갈등 관계에 있던 인물에게 채용비리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금전거래가 담긴 사진을 전송하고 마치 결정적 증거가 나온것 처럼 오해할 수 있도록 발언하면서 수사중이던 조 시장의 혐의가 남양주 일대에 구체적으로 알려진 셈이다.

이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는 “경찰이 ‘조 시장과 B씨의 관계에 대해 확인할 것이 있으니 협조를 요청한다’는 등의 방법으로 A씨에게 출석 협조를 구할 수 있었지만 조 시장의 휴대폰에서 B씨와 금전거래 등 인수증 사진이 나왔다는 것을 구체적으로 언급했다”며 “이로 인해 사실과 다른 조 시장의 범죄 혐의가 확정될 증거가 발견됐다는 내용이 지역사회에 퍼졌고 현직 시장에 대한 명예가 실추됐다고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경찰이 조 시장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했다고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이번 결정으로 경기북부경찰청장에게 담당 경찰관을 ‘주의’ 조치하고 유사사례가 재발되지 않도록 직무교육을 실시할 것을 권고했다.

경찰이 별건의 뇌물수수 혐의로 인지한 조 전 시장의 휴대폰에서 찾아낸 금전 및 인수증 사진은 전세자금과 관련한 사인 간 채권·채무관계에 그치는 것이 밝혀져 결국 무혐의 처분했다.

조광한 전 남양주시장은 “내가 당한 고통에 비하면 A씨에 대한 처벌과 경찰에 대한 국가인권위원회의 처분이 터무니없이 약하다고 생각하지만 경찰의 무리하고 강압적인 수사 관행에 경각심을 일깨워주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며 “여전히 지역 내에 나에 대한 악의적 유언비어를 유포하는 자들에 대해서는 반드시 상응하는 대가를 치르도록 하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끝까지 진실을 바로잡겠다”고 밝혔다.

한편 의정부지방법원은 지난달 14일 조 전 시장에 대한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로 A씨에게 벌금 500만 원을 선고했다.

앞서 A씨는 2019년 11월 김한정(민·남양주을) 의원에게 ‘조 시장이 전 국회의원에게 받은 현금으로 미국 뉴욕에 있는 아파트를 샀고 내연녀를 만나려고 해외 출장을 자주 갔다’는 내용의 거짓말을 한 혐의로 불구속기소 됐다.

A씨는 조 시장 정무비서로 재직하다 직원 등과 갈등으로 업무에서 배제된 뒤 면직 처리된 상태에서 김 의원에게 허위사실을 말했다.

A씨는 판결에 불복해 항소한 상태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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