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오르니 단기 예금에 돈 몰리네…1년새 55%급증

5대 은행 만기 6개월 이하 단기 예금 급증
단기예금 잔액 129조원 수준...전년대비 45조 늘어
금리 인상 누리고 자산시장 조정으로 대기성 자금도
5월 美 FOMC 회의 주목해야 0.75%P 인상 언급도
  • 등록 2022-04-22 오전 6:00:00

    수정 2022-04-22 오전 6:51:48

[이데일리 노희준 기자] 40대 직장인 A씨는 지난달 3000만원을 넣었던 만기 1년짜리 은행 정기예금 만기가 돌아왔다. A씨는 지난해 중단했던 주식을 다시 해볼까 잠시 고민했지만, 증시가 계속 박스권에 머물러 속 편하게 은행에 일단 묻기로 했다. 다만 상품을 만기 6개월짜리 정기예금으로 바꿨다. 지난 1월에 이어 이달에도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려서다.

금리 인상기를 맞아 만기 6개월 이하의 단기 예금 수요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리 인상이 이어질 수 있는 데다 자산시장이 조정을 보이고 있어 투자 대기성 차원에서도 만기를 짧게 가져가는 게 유리하다는 판단으로 풀이된다. 단기 금리 선호 현상은 미국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다음 달 회의가 변곡점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단번에 0.75%포인트를 올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는 상황이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지난 19일 현재 전체 법인과 개인의 만기 6개월 이하 정기예금 잔액은 128조4399억원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4월(83조1054억원)보다 55%(45조3345억원) 급증한 수준이다. 같은 기간 5대 시중은행의 전체 정기예금 잔액은 614조1296억원에서 654조4917억원으로 7% 증가하는데 그쳤다.

이에 따라 5대 시중은행 전체 정기예금 잔액에서 6개월 이하 단기 예금이 차지하는 비중도 같은 기간 14%에서 20%로 6%포인트 높아졌다.

6개월 이하 단기 예금이 빠르게 불어난 것은 금리 인상기를 맞아 시중은행 수신금리 인상이 잦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이날 연 2.927%를 기록해 1년전(연 1.110%)보다 1.817%포인트 높아졌다. 이 기간 중 한국은행은 네 차례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일반적인 정기 예금은 만기 때까지 가입 때 금리가 유지된다. 때문에 만기가 긴 장기 상품은 금리 인상 수혜를 누릴 수 없다. 금리 인상기 때 고정금리 대출상품이 금리 변동 위험을 회피할 수 있는 것과 달리 수신 상품은 변동금리 상품이 유리하다. 다만 변동금리 수신 상품이 현실적으로 많지 않아 만기를 짧게 가져가는 게 재테크 기본 전략이다.

여기에 주식, 부동산, 코인 등 자산시장이 조정을 맞고 있어 갈 곳을 잃은 자금이 은행 단기 예금에 대기성 자금으로 몰리는 것으로도 분석된다.

코스피는 지난 20일 2718.69포인트로 마감해 1년 전 3220.70포인트에 비해 16% 하락했다. 증시 대기자금인 투자자예탁금도 지난 20일 60조4011억원으로 1년 전(65조6814억원)에 비해 9% 감소했다.

정성진 KB국민은행 강남스타PB센터 부센터장은 “내달 3~4일 FOMC에서 기준금리를 3월처럼 0.25%포인트 인상한다면 국내 단기 예금 수요는 이어질 것”이라면서도 “5월에 0.75%포인트를 올린다면 한국은행 기준금리도 5월에 크게 오를 것으로 보인다. 이후에는 당분간 기준 금리 인상이 없을 수 있어 예금 만기도 길게 가져갈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금리 인상 수혜를 제대로 누리려면 회전식 정기예금 상품을 고려해보는 것도 좋다고 조언했다. 회전식 예금은 만기까지 동일한 금리가 적용되지 않고 회전 주기에 따라 변동금리를 적용해서다. 회전주기가 3개월이고 만기가 1년인 회전식 정기예금이라면 만기까지 4차례 변경된 금리가 적용된다. 금리가 오르면 상품을 유지하고 금리가 하락하면 해지하고 갈아타면 된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회전주기가 너무 짧으면 금리가 너무 낮다”며 “6개월 정도로 회전주기를 가져가는 게 효과적”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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