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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하상렬 기자] 이찬희(57·사법연수원 30기) 전 대한변호사협회장에겐 ‘공수처 산파’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출범 당시 변협회장이었던 그는 당연직 위원으로서 공수처장후보자추천위원회에 참석, 김진욱 공수처장을 추천했기 때문이다. 당시 그는 김 처장 외에도 이건리 전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 한명관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를 추천했고, 김 처장과 이 전 부위원장이 최종 후보로 오른 뒤 김 처장이 임명됐다. 이후 그는 김 처장의 비서관을 직접 추천하고, 여운국 공수처 차장과도 고교동문이라는 인연이 있어 ‘공수처 실세’ 아니냐는 의혹을 받기도 했다.
이에 대해 그는 단호히 선을 그었다. 그는 “단지 위원 중 한 명의 자격으로 후보를 추천하고, 그것도 복수로 추천한 것을 너무 과대평가한 것 같다”고 했다. 또 “평소 법조계 마당발이라는 말을 들을만큼 수많은 법조인들과 친분이 있어 추천한 것일뿐 법률을 위반해 인사에 관여한 사실은 결코 없다”며 “변호사회에 진정까지 접수됐지만 ‘아무 문제 없다’는 기각 결정까지 받았다”고 말했다.
이 전 회장은 이 모든 원인으로 국회의 ‘졸속 입법’과 입법 이후 ‘나 몰라라’ 하는 식의 태도를 지적했다. 그는 “법률 선진국에서는 법률과 제도를 수많은 연구와 검토를 거쳐 신중하게 만드는 대신 한 번 만든 제도를 오랫동안 유지하고 있다”며 “반면 우리는 지나치게 성급하다. 일단 뚝딱 만들기는 잘하나 너무나 허술한 점이 많고 도입 이후에는 ‘나 몰라라’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공수처는 운영 방식 등에 대한 ‘디테일’을 전혀 마련하지 않은 상태에서 성급하게 법안을 통과시킨 결과 본래의 설립 취지와 달리 제 기능을 하지 못하게 됐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