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이 순직 소방관 영결식서 뒷줄 앉은 이유

탁현민 의전비서관, SNS에 당시 상황 전해
"문대통령, 마스크 밀어 올리며 눈물 찍어내"
예고 없이 영결식 참석해 고인들 넋 기려
  • 등록 2022-01-09 오전 9:44:59

    수정 2022-01-09 오전 10:05:36

[이데일리 김호준 기자] 최근 경기도 평택시 냉동창고 화재로 순직한 소방공무원 합동 영결식에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한 뒷이야기를 청와대가 공개했다.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은 지난 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늦은 밤, 아니 오늘 새벽 지시를 받았다. 평택 화재 순직 소방관 영결식에 참석하시겠다고 하셨다”며 “대통령으로서라기 보다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 가는 것이니 별도의 의전이나 형식을 갖추려 말고 영결식 참석자 이상으로 준비하지 말라는 말씀과 함께였다”고 썼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8일 오전 경기도 평택시 이충문화체육센터에서 엄수된 평택 신축 공사장 화재 순직 소방공무원 합동 영결식에서 운구행렬을 향해 묵념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조사는 어떻게 하시겠나’라는 탁 비서관의 물음에 “조사 없이 그저 순서가 허락하면 헌화와 분향 정도로”라고 답했다고 한다.

탁 비서관은 “영결식장에 도착한 대통령은 별도의 소개 없이 열의 뒷자리에 서서 운구와 유족들을 맞이하셨고, 동료들의 조사를 경청하셨고 유족들의 헌화와 분향을 지켜보셨다”며 “그렇게 모든 식순의 마지막에서야 일어나셔서 홀로 분향하시고 유족들에게 다가가 인사를 드렸다. 그리고 운구 행렬의 뒤를 따르는 유족들과 함께 나란히 걸음을 옮기시면서 세 분 소방관의 마지막을 함께 하셨다”고 했다.

그는 “조사 한마디 하지 않으신 그 2시간 동안 대통령은 어떤 생각을 하셨는지는 모르겠으나 내려 쓰지도 않은 마스크를 자꾸 밀어 올리며 눈물을 찍어내던 모습을 나는 조용히 보았다”며 “영구차가 떠나기 전 20여 분 동안 순직소방관들의 동료들과 함께 겨울바람 맞으며 서 계신 대통령의 모습이, 나는 추웠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살려서 돌아오라, 그리고 살아서 돌아오라’, 지난 소방의 날, 대통령이 소방관들에게 했던 말씀이 자꾸만 생각난다”며 “세 소방관의 명복을 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8일 오전 9시30분 평택 이충문화체육센터에서 경기도청장(葬)으로 거행된 순직 소방관 합동 영결식에 예고 없이 참석해 고인들의 넋을 기렸다.

갑작스러운 참석으로 영결식장에선 문 대통령에 대한 별도의 소개도 없었다. 문 대통령은 항상 앉던 앞자리가 아닌 뒷자리에 서서 영결식을 가만히 지켜봤다.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이날 헌화 및 분향 순서에서 가장 마지막으로 헌화·분향을 했다.

이후 “국민을 대표해 위로를 전한다”며 유가족 개개인에게 조의를 표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영결식 진행 도중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고(故) 조우찬(26) 소방사의 부친은 문 대통령에게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해달라”고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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