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경제에 닥친 70%·2%의 벽…선진도상국 함정 빠질 수도"

[만났습니다] 이근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 ②
작년 美 1인당소득 70% 넘었던 韓경제, 다시 60%대 추락
20년 전 日경험과 유사…선진국 가는 길에 함정 빠질라
세계GDP의 2%, 15년만에 턱걸이…안착해야 日 추월 가능
  • 등록 2021-11-02 오전 6:51:00

    수정 2021-11-02 오전 6:51:00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최근 <2022년 한국경제 대전망>(21세기북스 펴냄)이라는 책을 펴 낸 이근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은 우리나라 경제가 마주하고 있는 `70%`와 `2%`라는 벽을 뛰어 넘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내놨다. 자칫 잘못 하다간 개발도상국을 넘어섰으면서도 선진국에는 제대로 안착하지 못하는 이른바 `선진도상국(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의 합성어)의 함정`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근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 (사진=이영훈 기자)


우선 `70%`라는 숫자는 미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대비 우리나라의 1인당 GDP 비율로, 이 부의장은 이를 `추격지수`라고 부른다. 이 부의장은 “일본은 과거 2000년 초에 이미 미국 1인당 GDP의 70%를 넘어섰는데, 지금까지도 그 수준에 머물러 있다”면서 “2000년만 해도 미국의 45.9%였다가 작년에 역대 처음으로 70%를 넘었던 우리나라도 국제통화기금(IMF) 전망치 기준으로 올해와 내년 연속으로 다시 70% 아래로 내려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우리는 20년 격차를 두고 일본과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는데, GDP 기준이긴 해도 중국은 미국의 70%까지 따라간 뒤 잠시 주춤했지만 코로나19 이후 다시 75%까지 올라왔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 부의장은 “과거 10년 간 추세로는 미국대비 우리 1인당 GDP 비율이 1%포인트씩 좁혀졌지만 최근 5년 동안엔 5년 이상 걸려야 1%포인트 정도 따라잡고 있다”며 “이런 속도면 미국 대비 현재 70% 부근에서 80%에 도달하는데 최소 50년이 걸린단 뜻”이라며 “결국 우리가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가는 과정에서 함정에 빠진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2%`라는 수치는 우리나라 GDP가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율인데, 이 역시 2005년에 처음으로 2%를 넘어서며 세계 10대 경제대국에 들어간 이후 한참 밀려났고 지난해가 돼서야 2%를 겨우 회복했다. 이 부의장은 “작년 우리가 10위에 들어간 것에 고무돼 있지만, 사실 이는 15년 간 10위권 밖으로 튕겨난 뒤 다시 10위에 오른 것일 뿐”이라며 “미국 대비 70%, 세계 경제 대비 2%라는 이 두 가지 벽을 확실히 넘어서야 일본을 분명하게 추월할 수 있고 최소한 독일 수준까지 갈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이 부의장은 제조업과 수출 위주 경제라는 점에서 우리의 롤모델로 독일 경제를 꼽았다. 그는 “독일처럼 고용시장에서의 유연안전성을 높이는 것이 급선무이며, 노동시장을 유연하게 만들면서 일자리 창출을 늘려 고용률을 높여야 성장률을 높이고 이를 토대로 국가채무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팬데믹 이후 국내외에서 내구성 소비재 수요가 늘면서 국내 대기업 제조업의 성과는 좋은 편”이라며 “그렇게 본다면 우리 제조업은 새로운 사업을 통한 혁신이나 탄소중립 등에 대응할 수 있는 실탄은 어느 정도 갖고 있는 셈”이라고 봤다. 또 “사실 탄소중립과 같은 이슈는 우리 제조업에도 굉장히 큰 도전이긴 하지만, 미국과 유럽 몇몇 선진국을 제외하고는 이런 탄소중립 기술을 개발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나라가 우리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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