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이 추진하는 ‘서울형 상생 방역’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오 시장은 지난 12일 코로나19 정례 브리핑에서 “방역과 민생을 모두 잡기 위한 ‘서울형 거리두기 매뉴얼’ 수립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이는 정부의 일률적인 방역지침을 따르지 않고 독자적 방역을 추진하겠다는 뜻이다. 서울시는 이 같은 방침에 따라 업종별 단체 협회 등과 협의해 이번 주말까지 매뉴얼을 마련할 계획이다.
‘서울형 상생 방역’의 골자는 자가진단 키트 도입을 전제로 유흥업소의 영업시간 제한을 업종별 특성에 따라 차별적으로 풀어주는 내용이다. 예컨대 식당은 정부의 방역 지침과 동일하게 밤 10시까지로 하되 주된 영업시간이 심야 시간대인 콜라텍은 11시, 유흥주점은 12시까지 영업을 허용할 계획이다. 이렇게 하면 자영업자들의 매출 손실을 줄이고 방역 효과도 높아져 1석2조라는 것이다. 학교와 종교시설 등에 대한 자가진단 키트 도입도 검토되고 있다.
정부의 방역 조치 장기화로 경영난에 빠진 자영업 관련 단체들은 ‘서울형 상생 방역’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방역 당국과 전문가들은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무엇보다 자가진단 키트를 과신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서울대 연구팀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국내 업체가 생산한 자가진단 키트의 정확도가 17.5%에 불과한 경우도 있었다. 서울시와 인접한 인천시와 경기도도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수도권은 공동 생활권으로 방역도 함께 해야 한다는 것이다. 심지어 오 시장의 소속 정당인 국민의힘 안에서도 우려하는 목소리가 들린다. 하태경 의원은 그제 “민생과 방역 두마리 토끼를 잡는 게 쉽지 않다는 건 오 시장도 잘 알 것”이라며 “방역 문제로 정부와 싸우면 안 된다”고 말했다.
이달 들어 코로나19 상황은 계속 나빠지는 모습이다. 어제는 신규 확진자 수가 700명을 넘어서며 4차 대유행으로 확산될 위험이 점점 커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어설픈 영업제한 완화는 방역망을 무너뜨리는 불씨가 될 수 있다. 지금은 방역 조치를 풀 때가 아니며 중앙 정부와 다른 독자 노선을 취할 때는 더더욱 아니다. 오 시장과 서울시는 ‘서울형 상생 방역’을 재고해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