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비의 문화재 읽기]'국보'지위 잃은 문화재 무슨 사연이

'조선 초기 백자' 중국 원나라것으로 알려져
세번째 국보지정 해제
위작 들통 및 보물로 강등 당해
  • 등록 2020-06-29 오전 12:00:01

    수정 2020-06-29 오전 12:00:01

[이데일리 김은비 기자] 화려한 문양과 안정된 형태가 돋보여 국보 제168호로 지정된 ‘백자 동화매국문 병’이 지난 23일 국보 지위 해제 결정이 났다. 출토지나 유래가 우리나라와 연관성이 부족하고 희소성과 작품 수준도 뛰어나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국보가 지정 해제된 건 이번이 3번째다.

‘백자 동화매국문 병’의 가장 논란이 된 부분은 작품의 제작 시기와 국적문제다. 황정연 문화재청 유형문화재과 연구사는 “학계에서는 백자 동화매국문 병이 중국 원나라 것이라는 주장이 국보로 지정된 지 10년이 지난 후부터 꾸준히 제기됐다”고 말했다.

국립중앙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백자 동화매국문 병은 일제강점기인 1936년 조선총독부가 운영하던 이왕가박물관 측이 서울 명동의 일본인 골동상에게서 300엔에 구매한 것이다. 높이 21.4㎝, 지름 4.9㎝로 작품은 진사(산화동 안료로 그림을 그린 기법)를 사용한 조선 초기 15세기의 보기 드문 작품으로 인정받아 1974년 7월 국보로 지정됐다.

하지만 이후 확인된 유물과 연구 등에 따르면 조선 전기에는 백자에 동화로 장식한 사례가 없었다. 13~14세기 고려시대 일부 유물에서 문양으로 쓰인 예가 확인되고 조선 후기부터 근대기인 18~20세기 초반 백자에만 표현되고 있다. 반면 중국 원대 말에서 명대 초기인 14세기 후반 중국 강서성 소재의 경덕진요에서는 백자와 유사한 제작 사례가 다수 나왔다. 1323년 일본 하카다로 향하다 신안 해저에서 침몰된 후 출수된 ‘백자유리홍접시’가 백자와 유사하게 동화를 사용했다. 원대의 ‘백자청화유연수초문병’과 ‘백자유리홍화훼문병’ 등은 백자 동화매국문 병과 유사한 형태를 하고 있어 당시 중국에서 제작된 작품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됐다. 이미 2018년부터 국립중앙박물관 홈페이지 설명에도 제작지를 중국 원나라로 바꿨다.

문화재보호법에 따르면 외국문화재라 하더라도 우리나라 문화사에 큰 영향을 끼친 작품은 국보나 보물로 지정될 수 있다. 보물 제2022호인 인각사지 출토 일괄품 중 중국 월주요 다완(찻잔)들이나 보물 제671호 곽재우 장군 유물들 중 외국 자기 등이 그 예다.

문화재위원회는 “유물이 국내외 뚜렷한 편년 가능한 왕릉이나 유적에서 고려자기 등과 함께 출토돼 동반품으로 중요성이 인정됐다면 문화재로 가치를 인정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백자 동화매국문 병이 역사적으로 중요성을 인정할 만한 명문이나 증거 자료가 없다는 것이다. 작품성에서도 국가지정문화재로 가치가 미흡하다. 문화재 위원회는 “도자기의 밑감이 되는 흙에는 미세한 이물질이 있고 유층은 기포가 많아 최상급에 미치지 못한다. 문양은 동화의 발색이 일정하지 않고 매화와 국화문의 필치도 느슨해 생동감이 떨어진다”며 국가지정문화재의 지정 기준인 희소성·완전성·예술성·학술적 가치 등에서 미흡하다고 최종 판단했다.

앞서 국보 제274호 ‘귀함별황자총통’은 1992년 한산도 앞바다에서 인양해 거북선에 장착된 화기로 알려지면서 국보고 지정됐지만 4년만인 1996년 국보에서 해제됐다. 이충무공 해전유물발굴단장이 가짜 총통을 제작해 진짜로 발굴한 것처럼 꾸몄다는 고백으로 가짜인 것이 판명돼서다.

조선 태종 때 발급한 공신녹권과 녹권을 보관하는 함으로 최초 발견돼 1993년 국보 제278호에 지정된 ‘이형 좌명원종공신녹권 및 함’은 2006년 ‘마천목 좌명공식녹권’이 발견되면서 2010년 한 단계 아래인 보물로 강등됐다. 국가지정문화재에서 해제되면 해당 지정번호는 영구결번 처리된다.

출토지나 유래가 우리나라와 연관성이 부족하고 희소성이 떨어지고 작품 수준도 뛰어나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 국보 제168호 ‘백자 동화매국문 병’이 지난 23일 지위 해제 결정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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