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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위원장의 여동생이자 권력 2인자인 김 제1부부장이 현재 선두에서 남북관계를 파국으로 몰아가고 있지만, 정작 최고지도자인 김 위원장은 어떤 입장이나 지시도 내놓지 않고 있다.
김 위원장은 지난 7일 열린 노동당 제7기 13차 정치국 회의를 주재한 후 모습을 감췄다. 당시 정치국 회의에서는 남북관계 파국의 구실이 된 대북전단 등 대남 문제에 대해 언급이 없었고, 김 위원장 역시 관련 발언을 하지 않았다.
이 회의 이후 김 위원장은 김창섭 전 국가보위성 정치국장 빈소에 조화를 보내고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 건설과 조선혁명박물관 개건 사업에 기여한 근로자들에게 감사를 보냈을 뿐, 모습은 드러내지 않고 있다.
김 제1부부장은 지난 3월 3일 ‘청와대의 저능한 사고방식에 경악을 표한다’ 제목의 담화를 발표하며 청와대의 북한 화력전투훈련에 대한 유감 표명을 맹비난했다.
이어 4일 담화에서는 대북전단을 살포하는 탈북민을 ‘쓰레기’, ‘똥개’ 등 거친 표현으로 난타하며 불쾌함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특히 남측이 제대로 조치하지 않는다면 금강산 관광 폐지에 이어 개성공업지구 완전 철거,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폐쇄, 9·19 남북군사합의 파기까지 나아갈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놨다.
이후 13일 담화에선 본격적인 대남 군사행동까지 예고하며 남북 간 긴장을 고조시켰다.
그리고 북한은 16일 오후 개성공단 내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했다. 김 제1부부장이 지난 4일 담화에서 경고한 지 12일 만이다.
특히 이번 폭파는 김 제1부부장의 ‘파괴 지시’ 한 마디에 일사천리로 진행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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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제1부부장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17일에는 문 대통령을 겨냥한 담화문을 통해 독설을 쏟아냈다.
김 제1부부장은 “뻔뻔함과 추악함이 남조선을 대표하는 최고수권자 연설에 비낀 것은 참으로 경악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고 주장하면서 문 대통령의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 발언과 6·15 남북공동선언 20주년 기념 발언을 겨냥해 날이 선 평가를 이어갔다.
그는 “물 먹고 속이 얹힌 소리 같은 철면피하고 뻔뻔스러운 내용만 구구절절하게 늘어놓았다”면서 “마디마디에 철면피함과 뻔뻔함이 매캐하게 묻어나오는 궤변”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김 제1부부장의 이러한 행동은 과거 행보와 비교할 때 낯선 모습이다. 그는 2018년 2월 평창동계올림픽 행사 참석을 위해 남쪽으로 내려왔을 당시 예의 있는 모습으로 인사를 주고받았다.
뿐만 아니라 청와대를 방문했을 때는 문 대통령에게 “통일의 새장을 여는 주역이 되셔서 후세에 길이 남을 자취를 세우시길 바란다”고 덕담을 전하기도 했다.
현재 남북관계가 당시와는 다르다고 하지만 김 제1부부장의 최근 행보는 과거와 많이 다른 모습이다.
주목할 부분은 김 제1부부장의 표현은 정상 국가의 2인자 발언인지 의심하게 할 만큼 ‘격한 언어’로 구성돼 있다는 점이다. 이는 스스로 발언의 권위를 훼손하고 상대의 신뢰도 무너뜨리는 행동이다.
이처럼 김 제1부부장이 남북 간 통신선을 전면 차단하고 대남사업을 대적사업으로 전환한 것은 북한 지도자의 필수 덕목이라고 할 수 있는 ‘혁명 업적’을 쌓기 위함이다.
내부 고위 소식통에 따르면 김 제1부부장이 오빠(김 위원장)처럼 군에서부터 정치를 시작할 수는 없지만, 아버지와 같이 선전선동부에서 권력을 넓혀가려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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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는 지난 17일 작심한 듯 강한 어조로 김 제1부부장을 겨냥해 맹비난을 쏟아냈다. 이는 김 제1부부장을 중심으로 한 북측의 대남 비방이 선을 넘었다는 판단과 군사 도발 가능성 차단을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특히 문 정부에서 북한을 겨냥해 이같이 고강도 비난이 나온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북한은 옥류관 주방장까지 동원해 “평양에 와서 이름난 옥류관 국수를 처먹을 때는 그 무슨 큰일이나 칠 것처럼 요사를 떨고 돌아가서는 지금까지 전혀 한 일도 없다”면서 문 대통령을 겨냥해 막말을 퍼부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6·15 남북공동선언 20주년인 지난 15일 “(한반도 평화를 위한) 김정은 위원장의 노력을 잘 알고 있다”면서 다시 한 번 화해 메시지를 보냈다.
청와대가 이전과 달리 강경발언을 쏟아낸 것은 북한이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한 영향으로 분석된다. 단순히 남북 합의를 깨는데 그친 것이 아니라 우리 국가와 국민의 재산에 손을 댄 행위라 상응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또 이를 묵인하면 북한이 우리 영토나 국민을 겨냥한 추가 도발을 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청와대도 강경대응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이같은 상황에 문 대통령의 고민은 더 깊어지고 있다. 김 위원장이 전면에 나서지 않는 이상 문 대통령이 나설 필요가 없을뿐더러 그렇다고 김 제1부부장에 맞대응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북한의 계속되는 도발을 그대로 방치할 수도 없다. 과연 청와대에서 누가 김 제1부부장에게 맞대응할지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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