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막 취업준비를 시작한 백모씨(27)는 최근 걱정이 많다. 하반기 공개채용(공채)만 바라보며 인·적성시험과 관련 자격증을 준비하고 있지만 최근 기업의 상시채용 확대 소식에 어떻게 취업준비를 해야할 지 갈피를 못잡고 있어서다.
백씨는 "만일을 대비해 막연하게 취업준비를 하고 있다"면서도 "상시 채용을 확대하면 기업의 부서별로 채용 방식이 다를 수 있으니 현재 준비방식이 맞는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상시 채용을 확대하면 회사에서는 필요할 때마다 인력을 뽑게 되니 즉시 활용이 가능한 인력을 선호할 것"이라며 "결국 경력 있는 사람들만 유리해질 것 같은데, 경력이 아예 없는 나같은 취업준비생은 어디서 경력을 쌓아야 할 지 막막하다"고 말했다.
기업들 잇따른 채용 방식 변화... 공채에서 상시채용으로
기업 내 인재 채용 방식이 기존의 공개채용에서 상시채용으로 변화하고 있다.
지난 9일 LG그룹은 그동안 상?하반기에 실시했던 기존의 공채를 폐지하고 각 부서가 원하는 시점에 사람을 뽑는 연중 상시 채용 방식으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또한 신입사원의 70% 이상을 4주간 진행되는 채용 연계형 인턴십으로 선발할 계획이다.
기업의 채용 방식 변화는 이미 빠르게 진행 중이다. 현대?기아차 그룹은 지난해 대졸 공채를 폐지하고 상시 채용 방식을 도입했다. 이때 각 실무 부서가 채용할 직무에 맞게 전형 과정을 구성할 수 있도록 했다.
구인구직 매칭 플랫폼 사람인이 지난 4월 428개 기업을 대상으로 진행한 ‘2020년 상반기 채용 평가’ 조사에 따르면 78.7%가 ‘수시채용만 하겠다’고 답했다. 작년 채용계획 조사 결과(69%)보다 9.7%포인트 늘어난 수치다.
구직자들 "상시채용으로 취업의 불확실성 커졌다"
구직자들 사이에선 채용 방식의 변화로 취업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취업준비생 김모씨(26)는 상시 채용으로 취업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졌다고 말한다.
김씨는 “기존에는 공채시기가 있어서 계획을 세우고 준비했지만 이제는 기업이 언제, 어떤 방식으로, 몇 명의 직원을 뽑을 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일각에선 상시채용 확대로 채용 규모가 더 줄어들진 않을까 걱정한다.
취업준비생 유모씨(24)는 “상시채용으로 전환될 경우 각 부서별로 결원이 생길 때만 소수의 인원을 뽑을 것이란 생각이 들어 오히려 공채 때보다 채용 규모가 줄어들 것 같다”며 “기업이 공개채용에 드는 인력과 비용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상시채용을 시행하는 것이라 느껴진다”고 말했다.
이는 지난해 하반기 동일기업 중 69.9%가 "직원을 채용했다"고 답했던 것과 비교해 19.1%p 감소한 수치다.
취업 준비 기간이 길어질 수 있다는 반응도 있다.
올해 초 기업에서 한 달간 채용 연계형 인턴십에 참여했던 취업준비생 윤모씨(25)는 정규직 전환에 실패했다. 윤씨는 “10명이 넘는 인턴들 중 정규직으로 전환된 인원은 1~2명에 그쳤다”며 “직무에 적합한 인재를 뽑기 위해 인턴십을 확대하는 것은 좋지만 정규직 전환에 실패한 구직자는 그만큼 취업에 소요되는 시간이 더 길어지는 것 아니냐”고 강조했다.
전문가는 취업을 희망하는 기업·직무를 미리 결정하고 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철균 중앙대 다빈치인재개발원장은 "상시채용이 확산할 경우 불시에 채용공고가 나올 것"이라며 "평소에 가고 싶은 특정 기업이나 직무를 확실히 정한 뒤 주기적으로 채용 여부를 모니터링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에서 요구하는 직무 역량에 맞춰 자소서·면접 기술 등을 미리 준비해놓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스냅타임 박지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