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98년부터 중소기업을 경영하고 있는 B씨는 젊은 직원들의 소위 '칼퇴'(정시 퇴근) 문화가 올바른 것인지에 의문을 표한다. B씨는 "무작정 야근을 강요하는 것은 아니지만 젊은 시절 일을 위해 열정을 바쳐보는 것도 미래를 위한 일종의 투자"라고 말했다. 이어 "특히 워라밸을 중시하지만 실질적으로 근무시간에 오롯이 업무에만 매진하지도 않는 게 요즘 젊은 직원들의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워라밸 문화 확산…단어에 대한 해석은 '제각각'
워라밸은 청년층이 직장을 선택하는 중요한 기준 중 하나다. 급여수준보다 워라밸 준수 여부가 직장선택의 결정적인 기준이 되기도 한다.
워라밸이 사회적으로 유행하면서 밤늦게까지 이어지던 직장 회식문화는 점심 회식으로 대체하거나 퇴근시간이 지나면 컴퓨터가 자동으로 종료되는 PC오프제를 도입한 회사도 속속 등장했다.
워라밸 문화의 확산으로 사회 분위기는 바뀌고 있지만 대부분의 회사에서 발생하는 상사와 신입사원 간의 갈등은 여전하다. 워라밸이라는 단어가 등장한 지 3~4년이 지났지만 워라밸의 의미에 대한 세대 간 해석은 여전히 천차만별이기 때문. 그들은 워라밸에 대한 다른 해석으로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여전히 회사엔 ‘꼰대’가 존재하고 신입사원들은 그들의 눈치를 보며 퇴근을 할 수 없는 불편한 눈치싸움이 이어지고 있는 것.
사회 분위기는 바뀌었지만 사내 분위기는 ‘여전’
2019년 하반기에 입사한 신입사원 윤나영(26,가명)씨는 “퇴근을 하려는데 부장님이 옆에서 들으라는 듯 ‘요즘 애들은 퇴근할 때 상사 눈치도 안 본다’며 통화를 하셨다”며 “이 말에 되레 찔려서 다시 슬그머니 가방을 내려놓고 자리에 앉을 수밖에 없었다”고 볼멘소리를 했다. 이어 그는 “신입사원이라서 너무 피곤해 빨리 집에 가고 싶은데 ‘설마 회식 안가는 건 아니지?’라며 잡으신다”며 “요즘 점심 회식을 하는 곳도 많다는데 그 역시 일부일 뿐”이라며 대부분의 회사가 변한 게 없다고 말했다.
반면 기성세대 회사원들은 젊은이들이 ‘워라밸이라는 강력한 방패 뒤에 숨어 편한 일만 하려는 행태를 보인다’고 꼬집는다.
통신 회사에 30년 이상 재직 중인 김창식(61,가명)씨는 “요즘 젊은 친구들의 생각을 이해하려 노력은 하지만 용인할 수 없는 부분도 많은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 사원에게 업무를 하나 더 맡겼는데 ‘몰라서 못하겠다’며 투덜대더라”며 “입사한지 얼마 안 돼서 일을 잘 모르면 물어보고 늦게까지 남아서 공부를 하거나 그런 열정을 보여야 하는데 노력하는 태도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말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사내 문화를 바꾸고 합리적인 노동환경 조성해야
전문가들은 올바른 워라밸의 실현을 위해 사내문화를 바꾸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한다. 장시간 노동을 해야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는 기존의 노동문화부터 개선해야 한다는 의미다.
'청년현재사'의 저자 김창인 청년지식공동체 대표는 “기성세대가 말하는 ‘일을 완벽히 한다’라는 것에 대한 정확한 의미 확립이 필요하다”며 “기성세대와 젊은 사원들은 일방적으로 워라밸의 의미를 해석하고 행동할 것이 아니라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들이 서로 이해하는 과정을 통해 사내 문화를 바꿔야 진정한 의미의 워라밸을 실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스냅타임 이지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