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어제 정시 출근해 예정됐던 일정을 소화했다고 한다. 오전에는 이낙연 총리와 주례회동을 가졌고, 오후에는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했다. 그동안 피로 누적에 따른 몸살감기로 휴식을 취하다가 업무에 정상 복귀한 것이다. 지난달 24일 러시아 방문 일정을 마치고 귀국한 이후부터 몸살에 시달렸으니 공개적으로 모습을 드러낸 게 꼬박 여드레 만이다. 임종석 비서실장 등 참모진이 문 대통령과의 회의에 앞서 박수를 보냈다니, 그 분위기를 이해할 만하다.
이로써 국민들도 문 대통령의 건강과 관련한 걱정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으니 다행이다. 지난 며칠 동안 항간에서 떠돌던 온갖 억측들도 저절로 가라앉게 됐다. 국정 최고지도자의 건강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뜻이다. 문 대통령도 스스로 “국민들께 걱정 끼쳐 송구스럽다”고 언급했다고 한다. 자신에 대한 국민들의 눈길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문 대통령이 이날 회의에서 주 52시간제 시행에 대해 “과로사회에서 벗어나는 중요 계기”라고 말한 데도 비슷한 의미가 담겨 있을 것이라 짐작된다.
사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취임 이래 줄곧 분주한 나날을 보냈다. 일자리와 미세먼지 대책은 물론 규제개혁에 이르기까지 직접 관심을 기울였다. 특히 올 들어서는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북한 핵문제가 급속한 해결 조짐을 보이면서 더욱 쉴 틈이 없었을 것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과의 두 차례 정상회담만 해도 보통 신경을 써야 하는 일이 아니었다. 아직 북한과의 핵협상이 완전히 마무리되지 않은 만큼 문 대통령의 심적인 부담도 여전할 것이라 여겨진다. 더구나 오는 8일부터는 인도·싱가포르 방문 일정도 잡혀 있다니 걱정을 감출 수 없다.
이제 문 대통령으로서도 국정의 모든 사항을 직접 챙기기에는 물리적 한계가 확인된 셈이다. 가급적 이 총리와 각부 장관에게 책임과 권한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전환하는 것도 하나의 선택이다. 청와대 참모진 개편에 이어 조만간 개각을 앞두고 있다는 점에서도 내각 분위기를 쇄신하는 방법이다. 내각과 참모진 간의 소통만 원활히 이뤄진다면 문제될 게 없다. 급변하는 세계 정세 속에서 대한민국의 진로를 잡는 것만으로도 벅차기 마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