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위 兄' 구본능 회장처럼..구본준 부회장, LG서 독립할듯

'장자승계' 원칙, 형제들 독립 전통
조카 승계 본격화로 계열분리 예상
LG디스플레이·LG상사 가능성 점쳐
  • 등록 2018-05-21 오전 5:53:00

    수정 2018-05-21 오전 5:53:00

[이데일리 윤종성 기자] LG(003550)는 구 회장의 외아들인 구광모 LG전자 상무를 중심으로 한 경영체제 전환을 빠르게 진행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구본준 ㈜LG 부회장의 거취에 관심이 쏠린다. 구 상무의 사내 등기이사 선임으로 장자 승계 원칙이 명확해진 만큼, 구 부회장의 역할이 조정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20일 구본무 회장이 숙환으로 별세하면서 그간 와병 중인 형을 대신해 ‘징검다리 총수’ 역할을 해왔던 구 부회장은 LG를 떠나 독립경영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LG 관계자는 “장자승계 후 LS, LIG 등이 계열 분리됐던 것처럼 구 부회장이 독립을 해서 별도의 경영체제를 구축할 수 있다”라고 밝혔다.

▲구본준 LG 부회장
LG그룹은 전통적으로 장자승계 원칙에 따라 형제 및 형제의 자손들은 계열분리를 해왔다. 장자승계 원칙은 1970년 당시 구자경 회장 취임 때부터 시작됐다.

LG그룹 창업주인 구인회 창업회장은 철회·정회·태회·평회·두회 씨 등 6형제 가운데 맏이다. 구 창업회장이 1969년 12월 31일 별세한 뒤, 동생인 구철회 회장은 장례를 치르고 가진 1970년 1월 6일 럭키그룹 시무식에서 구 창업회장의 장남인 구자경 당시 금성사 부사장을 그룹 회장에 추대했다.

당시 구철회 회장이 구자경 회장을 추대하면서 내세웠던 명분이 ‘장자승계 원칙’이었다. 형과 함께 LG 성장을 일군 구철회 회장은 스스로 경영일선에서 물러나고, 형제 중 셋째인 구정회 사장이 1년간 그룹 기조실장을 맡아 구자경 회장을 도왔다.

45세에 LG그룹 총수에 올랐던 구자경 회장은 본인이 70세가 되던 1995년 1월 럭키금성 그룹의 사명을 LG그룹으로 바꾼 뒤, 장남인 구본무 회장에게 회장직을 넘겨줬다. ‘3세 경영시대’ 시작과 함께 LG가(家) 형제들은 계열 분리를 통해 LG를 떠나면서 경영 일선에 나선 장손의 부담을 덜어줬다.

창업 회장인 구인회 회장의 동생으로 장자승계 원칙을 세웠던 구철회 명예회장의 자손들은 1999년 LG화재를 그룹에서 독립시켜 LIG그룹을 만들었고, 아래 동생들인 구태회 LS전선 명예회장(4남) 구평회 E1 명예회장(5남), 구두회 극동도시가스 명예회장(6남) 등은 현재 LS그룹으로 분가했다.

2대 회장인 구자경 회장의 형제들도 마찬가지였다. 구자학 아워홈 회장(3남), 구자두 LB인베스트먼트 회장(4남), 구자일 일양화학 회장(5남), 구자극 엑사이엔씨 회장(6남) 등 구자경 회장의 남동생들은 모두 LG그룹 및 계열사 경영에서 물러났다. 구자경 회장은 6남 4녀중 맏이로, 바로 아래 동생인 구자승 전 반도상사(LG상사) 사장은 1974년 별세했다.

3대 회장인 구본무 회장의 바로 아래 동생인 구본능 회장은 형이 LG그룹을 맡은 직후인 1996년 희성전선(현 가온전선), 희성금속, 한국엥겔하드(현 희성촉매) 등 6개 계열사를 거느리고 희성그룹으로 독립했다. 넷째인 구본식 희성그룹 부회장도 둘째 형을 따라 LG를 나왔다.

셋째인 구본준 LG 부회장만 LG그룹에 남아 큰형을 도왔다. 하지만 장조카인 구 상무의 ‘4세 경영’이 명확해진 만큼, 구 부회장도 다른 형제들처럼 분가할 것으로 보인다. 재계에선 구 부회장이 과거 CEO를 맡았던 LG디스플레이(034220), 최근 지주회사에 편입된 LG상사(001120) 등의 계열 분리 가능성을 거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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