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엇, 단기 차익 노리는 '행동주의 헤지펀드'

삼성물산 합병後 주매청 행사로 지분 다 털어
삼성전자에 특별배당 요구..배당금 두배 늘려
  • 등록 2018-04-05 오전 5:05:00

    수정 2018-04-05 오전 8:19:57

그래픽=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이데일리 윤종성 기자] 4일 현대자동차그룹에 추가적인 지배구조 개선안을 요구한 엘리엇 매니지먼트는 삼성과의 인연으로 국내에도 낯익은 ‘미국계 행동주의 펀드’다. 엘리엇은 특정 기업의 주식을 대량 매입해 주요 주주가 된 뒤, 구조조정· 지배구조 개편·배당 확대 등을 요구하면서 주가를 끌어올린다.

겉으로는 ‘주주자본주의’를 내세워 주주 이익을 대변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속내는 단기 시세차익이 목적인 헤지펀드이기에 엘리엇이 이번엔 현대차그룹을 타깃 삼아 수익 극대화에 나섰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엘리엇이 국내에서 주목받은 것은 2015년 5월 삼성물산(028260)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공개적으로 반대하고 나서면서부터다. 당시 삼성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던 제일모직의 주식 0.35주와 삼성물산(028260) 주식 1주를 교환하는 합병을 발표했다.

이에 엘리엇은 “삼성물산의 가치를 상당히 과소평가했을 뿐만 아니라, 합병 조건도 공정하지 않아 삼성물산 주주들의 이익에 반한다”며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이후 엘리엇은 주주총회 소집통지 및 결의 금지, 자사주 처분 금지 가처분신청 등을 잇따라 제기하며, 합병 과정에서 번번이 제동을 걸었다.

결국 국민연금의 찬성으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결정나자, 엘리엇은 주당 5만7200원대 가격으로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하는 등의 출구전략을 동원해 모든 지분을 털고 나갔다. 하지만 엘리엇이 주식 매입 가격을 공개하지 않아 얼마나 차익을 실현했는 지 추산되지 않는다.

삼성과 엘리엇의 악연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지난 2016년 10월에는 엘리엇의 자회사인 블레이크 캐피털과 포터 캐피털이 삼성전자(005930) 이사회에 서한을 보내 삼성전자의 분사와 특별배당 등을 요구했다.

당시 엘리엇 측이 삼성전자에 요구한 것은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나눠 미국 나스닥에 각각 상장하고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독립적인 3명의 이사를 이사회에 추가하며 △주주를 위해 700억 달러(당시 약 78조원)의 현금 가운데 30조원(주당 24만5000원)을 특별배당할 것 등 크게 세 가지다.

삼성전자는 이 같은 엘리엇의 제안을 대부분 수용했다. 지난해 10월 삼성전자는 올해부터 3년간 총 28조8000억원으로 주주들에게 배당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2017년 예상 배당금(4조8000억원)의 두 배 규모다. 지난해에는 네 차례에 걸쳐 9조30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한 뒤 소각했다. 올 2월에는 ‘50대 1’ 액면분할도 발표했다.

올해 주주총회에서는 이사회 중심의 경영을 강화하기 위해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를 분리하고, 외국기업 CEO 출신인 김종훈 키스위모바일 회장을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다만, 삼성전자는 지주회사 전환 요구는 6개월 검토 끝에 수용하지 않았다.

지주회사 전환이 사업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 데다, 되레 경영 역량 분산 등 사업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지주회사 전환 과정에서 발생하는 삼성전자, 삼성생명, 삼성SDI 등 계열사들간 지분 정리 문제도 걸림돌로 작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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