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방카 방한, 한·미혈맹 다지는 기회로

  • 등록 2018-02-23 오전 6:00:00

    수정 2018-02-23 오전 6:00:00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장녀인 이방카 백악관 선임고문이 오늘 서울에 온다. 평창올림픽 미국대표단장 자격으로 선수들을 격려하고 폐막식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우리의 관심사는 이방카 고문이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 어떤 내용의 보따리를 풀어 놓느냐 하는 것이다. 한·미동맹의 균열 조짐이 곳곳에서 불거지는 국면에서 이방카가 전달할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을 정확히 파악하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녀가 트럼프 대통령의 단순한 혈육 차원을 넘어 복심이자 책사로 통한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문 대통령은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조성된 남북 화해 분위기에 편승해 북·미 협상을 중재하려고 애쓰지만 성과를 내기가 여간 어렵지 않아 보인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특사로 파견됐던 김여정 중앙위 제1부부장이 지난 10일 청와대에서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과 만나려다가 불과 2시간 전에 돌연 회담을 취소한 데서도 쉽게 알 수 있는 일이다. 북한은 폐막식에도 김영철 노동당 중앙위 부위원장을 파견한다지만 이방카 고문과의 회동이 성사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미국은 오히려 북한에 대해 한국과 미국을 이간질하지 말라는 경고를 내보내고 있다. 겉으론 북한을 겨냥하면서도 남한에 대한 이중적인 메시지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도 북한의 이간질을 언급하며 연간 310억 달러의 대한(對韓) 무역적자를 가리켜 “강력한 협상 수단”이라고 말했다. 통상과 안보는 별개라는 우리 정부와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북한의 ‘핵포기’라는 미국 목표와 ‘핵강국’을 내세운 북한의 강대강(强對强) 대치로 인한 결과임은 물론이다.

미국이 안보에 위협이 된다는 명분으로 외국산 철강제품에 53%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는 권고안에서 한국산은 포함시키고 일본산은 제외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이런 식으로 가다간 자칫 통상·안보·외교 등 전방위에 걸쳐 막대한 국익 손실을 감수해야 할 판이다. 무엇보다 동맹의 의심부터 해소하는 게 급선무다. 그런 점에서 평창올림픽이 끝나는 대로 한·미 연합훈련을 실시키로 한 것은 당연한 결정이다. 이번 이방카 고문의 방한을 적극 활용해 양국 동맹관계를 확인하는 기회로 삼아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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