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영권의 삼성 반도체 고점 극복 전략은 'AI 생태계 주도'

연초 종합기술원서 딥러닝, 자율주행 경력 채용
올해 들어 인공지능 특화 반도체도 잇따라 공개
'최고전략책임자' 손 사장, 수직통합 역량 강조
  • 등록 2018-01-22 오전 5:22:32

    수정 2018-01-22 오전 5:22:32

손영권(오른쪽) 삼성전자 최고전략책임자(CSO) 사장이 지난 9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하드록호텔에 마련된 하만 전시장에서 한국 언론을 대상으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이재운기자
[이데일리 이재운 기자] 삼성전자(005930)가 인공지능(AI)이 열어젖힐 새로운 반도체 호황기를 맞아 전략 재편에 나선다. 메모리반도체 호황이라는 ‘슈퍼싸이클’을 이어갈 새로운 흐름을 주도하기 위해 AI 환경에 적극 대응, 현재의 ‘초격차’를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18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최근 이 회사는 반도체 분야 선행기술 연구개발(R&D)을 맡은 종합기술원 경력 채용을 통해 딥러닝, 자율주행 등 AI 관련 분야 인력 대거 채용에 나섰다. AI 관련 역량 강화를 통해 새로운 기술 흐름에서 우위에 서겠다는 포석이 담겨 있다.

메모리 넘어 프로세서까지..프리미엄 통합 라인업 완비

삼성전자는 같은 날 시스템 성능과 용량을 기존보다 두 배로 높일 수 있는 그래픽 D램 신제품(GDDR6)을 출시했다. 16Gb(기가비트) 용량에 업계 최초로 18Gbps 전송속도를 제공한다. 그래픽 D램 분야에서는 처음으로 10나노미터(nm)대 미세공정을 적용해 전작 대비 전력효율은 35% 높아졌고 칩 크기를 줄여 생산성을 30% 높였다. 그래픽D램은 최근 초고해상도 그래픽부터 연산작용 보조에 이르는 그래픽카드(GPU)에서 핵심적인 부품이다. 특히 인공지능(AI) 관련 고차원적인 연산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이에 앞서서는 AI에 최적화한 모바일 프로세서(AP)와 PC용 D램도 선보였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업계 최대의 프리미엄 라인업을 구축해 시장 성장을 견인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AP 제품인 엑시노스9(9810)는 2세대 10나노 핀펫 공정을 기반으로 독자 개발한 3세대 CPU 코어와 최신 통신규격을 지원하는 LTE 모뎀을 갖춘 제품으로, 사람의 뇌와 같은 ‘신경망(Neural Network)’을 기반으로 해 기계 스스로 학습하는 ‘딥러닝(Deep Learning)’을 지원한다. 기기에 저장된 이미지를 스스로 빠르고 정확하게 인식하고 분류할 수 있고, 3D 스캐닝을 통한 정확한 얼굴(안면)인식도 가능하다. 카메라 촬영 시에도 지능형 이미지 처리 방식을 통해 실시간 아웃포커스 기능과 야간 촬영 등 어두운 환경이나 움직임이 있는 환경에서도 고품질의 이미지나 영상을 촬영할 수 있도록 했다. 삼성전자는 이 제품을 갤럭시S9 등 최신 스마트폰은 물론 자동차와 서버 등 다른 분야로도 응용 범위를 넓혀나갈 예정이다.
삼성전자 엑시노스9(9810)
D램의 경우 세계 최대 전송량의 ‘2세대 8GB HBM(고대역폭 메모리)2 D램’ 제품인 ‘아쿠아볼트(Aquabolt)’를 선보였다. 풀HD 영화(5GB) 61편 분량인 307GB의 데이터를 1초에 처리할 수 있고, 패키지 4개 탑재 시 최대 초당 1.2TB의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다. 고도의 작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높은 열을 방지하기 위해 최신 발열 기술을 적용한 점도 특징이다. 이 제품은 슈퍼컴퓨터, AI 전용 솔루션 개발 업체 등에 공급하고 협업을 통해 관련 시장을 키워나간다는 계획이다.

최고 ‘전략’ 책임자 손영권 사장, AI 생태계 주도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의 이러한 AI 중심 전략 전개는 ‘고점 논란에 따른 위기론’을 넘어 AI가 본격화되는 올해 시장을 주도하겠다는 의지가 담겨있다. 단순히 ‘메모리 1등’에 머무르지 않고, 경쟁사 대비 높은 기술력 우위를 바탕으로 AI 생태계에 대한 주도권을 쥐겠다는 포석이 담겨있다. 특히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을 중심으로 삼성전자 등 메모리 제조사에 대한 우려를 표하는 가운데, 이런 비관론을 일축하고 AI 시장의 근간이 되는 반도체 경쟁력을 다시금 강조하는 방향이다.

이런 전략의 중심에는 올해부터 삼성전자의 ‘최고전략책임자(CSO)’를 맡은 손영권 사장이 있다. 지난해 말 삼성전자는 보직인사 단행을 통해 손 사장을 CSO에 임명하면서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산업 환경에 대응하고 미래 먹거리 발굴을 가속화 시킬 예정”이라며 “손영권 사장은 기존 DS(반도체)부문을 포함 CE(소비자 가전), IM(IT·모바일)부문과 BD(사업 개발) 과제 등을 적극적으로 협의할 계획”이라고 밝혔었다.

손 사장도 지난 9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가진 자동차 전장 자회사 하만의 전시관에서 “삼성전자는 수직 통합에 기반을 둔 역량을 갖고 있다”며 “메모리부터 시스템 아키텍처(프로세서 설계 기반 기술), 네트워크 장비에 이르는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는게 우리의 장점”이라고 말한 바 있다. 삼성전자가 이미 하드웨어 시장에서 서버 완제품을 제외한 모든 분야에서 반도체 기술과 기기 제품, 여기에 필요한 소프트웨어 역량까지 보유한 만큼 내부 시너지를 통해 충분히 승부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묻어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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