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S 2018]박정호 SKT 사장 "반도체 많이 팔았다고 좋아할게 아냐"

"비싸게 사간 만큼 더 큰 가치 만들어내고 있어"
"중국과 기술격차 벌어지고 있다..인재도 부족"
규제 개선 위해 정부 내 기관간 협력 필요성 역설
중간지주사 여건 좋다 의견..내년 CES 참가 검토
  • 등록 2018-01-10 오전 5:06:57

    수정 2018-01-10 오전 9:51:23

박정호(가운데 왼쪽) SK텔레콤 대표이사 사장이 고동진 삼성전자 IM부문장 사장(가운데 오른쪽)과 함께 9일(현지시간) CES 2018 부스를 참관하고 있다. SKT 제공
[라스베이거스(미국)=이데일리 이재운 기자] “반도체 많이 팔렸다고 좋아만 할 게 아니다. IT 천재가 바꾸는 건 산업 전체를 바꾸는 일인데 (상황이)심각하다. 우리 정부도 ‘콜라보레이션(협업)’을 할 필요가 있다.”

박정호 SK텔레콤(017670) 사장이 9일(현지시간) 개막한 세계 최대 전자산업 전시회 CES 2018에서 “5G 통신 시대에 중국이 더 달려가고 있다”며 “한국과 오히려 기술격차가 생기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박 사장은 “작년에 반도체 많이 팔렸다고 우리가 좋아했지만, 실제로 구매자를 보면 우리와 기술 격차를 더 벌리고 있다”며 “이윤 비싸게 남기고 사가서 데이터, 인공지능(AI), 블록체인 등 전 분야에 걸쳐 더 많은 가치를 만들려는 것”이라고 답했다.

SK텔레콤은 통신 인프라 사업자로서 5G 시대를 만들 기반을 만드는데 주력하겠다며 “예전 CDMA까지는 아니더라도 5G를 보다 경쟁력있게 깔아서 우리나라의 생태계를 만들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프라를 통해 기술 기업들이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어내도록 돕겠다는 설명이다.

자율주행과 관련해 과금 방식에 대해서는 아직 검토 중이라며 “(해당 부분을)가격에 반영할 때 시간 값, 노동의 값보다 싸게 들어가야 할 것”이라며 “상황을 낙관적으로 본다”고 말했다. 당장 통신 요금을 올리는 것보다는, 오프라인 세상이 IT로 편입되는 흐름에 주목하고 있다며 교통관제 등 다섯 가지 이상의 인프라를 연결한 ‘스마트시티’ 개념에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4G(LTE)가 유선을 무선화한 개념이라면, 5G는 오프라인이 IT 안으로 들어오는 것”이라며 “IT 천재가 만드는 가치는 산업 전체를 변화시킬 수 있는데, 우리나라는 IT 인재가 없어서 심각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행사에 중국, 그중에서도 선전(심천) 지역 기업들이 대거 참석한 점을 언급하며 “미국이 생각하기에는 중국이 규제가 덜하다고 생각해 초청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에서 구상한 걸 중국에서 그대로 만들어 구현하고, 이를 보호해주는 체계가 갖춰졌다는 것. 한국 정부의 규제 개선 노력에 대해서는 “의지가 있는 것 같다”고 말하면서도 “가령 자율주행이라고 하면 국토교통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여러 기관이 얽혀 있어 서로 협업해 해결해나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SK텔레콤의 중간지주사 검토에 대해서는 확답을 피했다. 다만 올해 가계 경제 활성화에 따라 거시경제 환경이 나아질 것으로 보이는 만큼 “고려할만한 여건은 된다”고 설명했다. 또 조직의 협업 구조를 변화시킬 필요가 있다며 그 일환으로도 역시 검토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밖에 CES 현장에서 미국의 전통적인 미디어들과의 협의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미국 300여개 지역 방송사 연합인 싱클레어와 기술 협력을 진행 중인데, 이번 기회에 구체적인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박 사장은 “뉴미디어에 대항해 기존 미디어들이 기술적인 측면에 관심이 많다”고 설명했다. 또 내년에는 기회가 되면 CES 2019에 부스를 설치하는 것도 생각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박 사장은 행사 개막을 맞아 삼성전자 부스를 방문해 인공지능(AI) 빅스비와 사물인터넷(IoT) 스마트싱스, 자동차용 전장 시스템 ‘디지털콕핏’ 등을 둘러봤다. 이후 현대자동차(005380)와 엔비디아 등을 둘러본 뒤 주말께 귀국할 예정이다.

박정호 SK텔레콤 대표이사 사장이 9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 CES 2018 전시장 복도에서 기자들의 질문을 듣고 있다. 사진=이재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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