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처음 보러…" 삼촌팬 공연장 불러낸 '아이돌의 힘'

러블리즈 케이 출연 '서른 즈음에'
男 관객 비중 35.8%…월등히 높아
'올슉업' 손호영·박정아 등 대거 포진
'엘비스' 주크박스, 가수 캐릭터와 딱
공급 늘고 수요 정체된 뮤지컬 시장
아이돌이 새 관객 유입시키는 역할도
  • 등록 2017-12-07 오전 5:30:00

    수정 2017-12-07 오전 5:30:00

러블리즈 케이(오른쪽), B1A4 산들이 출연한 뮤지컬 ‘서른 즈음에’ 공연 장면(사진=파랑나무).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걸그룹 러블리즈의 팬인 A(27)씨는 최근 난생 처음으로 뮤지컬을 보러 갔다. 그것도 혼자 공연장을 찾았다. 러블리즈 멤버 케이가 출연한 ‘서른 즈음에’를 보기 위해서였다. 팬으로서 놓칠 수 없는 공연이었지만 혼자 가는 게 걱정됐다. 하지만 팬클럽 게시판에 혼자서 공연을 본다는 글이 많이 올라오는 걸 보고 용기를 냈다.

아이돌이 출연하는 뮤지컬에 대한 뮤지컬계 시선이 달라지고 있다. 새로운 관객이 유입되지 않아 침체된 뮤지컬시장에서 아이돌이 관객 저변을 확대시킬 수 있다는 긍정적인 의견이 나온다. 공연평론가로 활동 중인 원종원 순천향대학교 공연영상학과 교수는 “이제는 아이돌이 뮤지컬에 출연한다는 사실만 놓고 좋고 나쁨을 판단할 수 없는 때가 됐다”고 말했다.

◇女 아이돌 출연에 공연장 찾는 男 관객

지난 2일 이화여대 삼성홀에서 폐막한 ‘서른 즈음에’는 공연 기간 내내 다른 공연장에서는 볼 수 없는 풍경이 펼쳐졌다. 남자 관객들이 공연장 앞자리를 가득 채워 ‘뮤지컬은 여자들이 많이 본다’는 편견을 깬 것이다. 티켓 예매율에서도 남자의 비중이 월등히 높았다. 인터파크 티켓 집계에 따르면 ‘서른 즈음에’를 예매한 관객 중 남자의 비율은 35.8%였다. 최근 흥행한 ‘레베카’도 남자 관객의 예매 비율이 26.8%였던 것과 비교하면 높은 수치다.

특히 러블리즈 팬들의 관람이 많았다. 이들은 케이가 출연하는 공연회차를 ‘케지컬’(케이+뮤지컬)이라 부르며 마니아 관객처럼 ‘회전문 관람’을 했다. ‘서른 즈음에’의 홍보를 맡은 파랑나무의 박선영 실장은 “뮤지컬 팬들이 공연 전 스케줄 표가 언제 올라오는지 전화로 문의할 때가 많은데 ‘서른 즈음에’는 남자 관객들이 스케줄을 물어 놀랐다”면서 “관객 반응도 다른 뮤지컬과 다르게 콘서트 같은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비투비 이창섭(가운데)이 출연하는 뮤지컬 ‘에드거 앨런 포’ 프레스콜 장면(사진=쇼미디어그룹).


공연제작사도 과거와 다른 태도로 아이돌을 작품에 기용하고 있다. 처음부터 주역을 맡기지 않고 실력부터 먼저 확인한다. 쇼미디어그룹은 지난달 17일 개막한 ‘에드거 앨런 포’(내년 2월 4일까지 광림아트센터 BBCH홀)에 그룹 비투비 멤버 이창섭을 주인공 포 역으로 캐스팅했다. 지난여름 공연한 ‘나폴레옹’에서 조연 뤼시앙 역을 맡았던 이창섭의 가능성을 보고 주역으로 낙점한 것이다.

박영석 쇼미디어그룹 대표는 이창섭을 다시 캐스팅한 이유로 실력과 믿음을 꼽았다. ‘나폴레옹’ 당시 매니저도 없이 연습에 제일 먼저 나오는 이창섭을 눈여겨봤다. 박 대표는 “보통 연예인들은 ‘그냥 경험해보자’는 생각으로 뮤지컬에 출연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창섭은 이들과 달리 뮤지컬에 대한 애정이 있었다”면서 “‘에드거 앨런 포’의 포 역은 노래도 어렵고 비중도 높지만 이창섭이라면 충분히 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30일 개막한 ‘올슉업’(내년 2월 11일까지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은 아이돌을 비롯한 가수들이 주로 출연한다. 1세대 아이돌인 지오디 출신 손호영, 쥬얼리 출신 박정아는 물론 B.A.P 정대현, 펜타곤 진호 등 현역 아이돌까지 포진돼 있다. 로크론의 전설인 가수 엘비스 프레슬리의 노래로 꾸민 주크박스 뮤지컬로 배우보다 가수들이 캐릭터와 잘 맞을 것이라는 판단에서 캐스팅을 결정했다. 제작사 킹앤아이컴퍼니 관계자는 “배우와 가수 구분 없이 역할에 가장 잘 맞는 사람을 찾아 캐스팅을 진행했다”고 말했다.

◇실력만 갖춘다면 아이돌도 뮤지컬에 긍정 효과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뮤지컬계는 아이돌이 뮤지컬에 출연하는 것을 부정적으로 바라봤다. 앙상블로 시작해 조연을 거쳐 주연까지 차례차례 실력을 쌓아 스타가 되는 뮤지컬배우들과 달리 아이돌은 티켓파워와 인기만으로 실력 검증 없이 주역을 꿰차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아이돌 출신 뮤지컬배우 1세대인 옥주현, 김준수도 데뷔 초기 이러한 비판을 피하지 못했다.

이들이 뮤지컬에서 지속적인 활동으로 실력을 인정받으면서 아이돌에 대한 뮤지컬계의 인식도 변하고 있다. 제작사도 과거처럼 티켓파워만 생각하며 아이돌을 캐스팅하지 않는다. 이창섭을 비롯해 전 소녀시대 멤버 서현, 빅스 멤버 켄·레오 등 많은 아이돌들이 다른 뮤지컬배우들처럼 조연부터 차근차근 실력을 쌓아 뮤지컬시장에서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박 대표는 “제작사들도 이제는 아이돌을 티켓파워나 이미지만으로 캐스팅하면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면서 “아이돌이라는 구분 없이 모두 다 ‘배우’라는 생각으로 평가하고 캐스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이돌에 대한 관객 태도가 유연해지고 있다. 뮤지컬 마니아인 관객 이지원(33)씨는 “아이돌이 출연하는 뮤지컬을 기피한 것은 이들이 그동안 비싼 티켓 가격만큼의 실력을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이라면서 “아이돌도 다른 뮤지컬배우처럼 실력만 있다면 이들이 나오는 공연을 관람할 의사가 있다”고 말했다.

아이돌의 뮤지컬 출연이 침체된 공연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원 교수는 “‘서른 즈음에’처럼 좋아하는 아이돌을 보기 위해 남자 관객이 공연장에 모여드는 것은 독특한 현상이라기보다 최근 뮤지컬계에서 추구하고 있는 관객 다변화의 한 양상으로 볼 수 있다”면서 “아이돌이 출연하는 작품일지라도 완성도만 갖추고 있다면 관객 외연을 확장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볼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B.A.P 정대현(왼쪽), 박정아가 출연한 뮤지컬 ‘올슉업’ 공연 장면(사진=킹앤아이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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