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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인터뷰 장소에 스쿠터를 타고 나타났다. 안은미(55) 안은미컴퍼니 예술감독은 앞서 일정이 있었던 대학로에서 예술의 전당까지 스쿠터로 이동했다. 안 예술감독은 “편해서 좋다. 단원들도 각자 하나씩 있어서 애용하고 있다”며 웃었다.
안 예술감독은 최근 공연 준비에 여념이 없다. 신작 ‘대심(大心)땐쓰’(5월 12~14일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때문이다. ‘대심땐쓰’라니 이름도 특이하다. 2011년 ‘조상님께 바치는 댄스’, 2016년 ‘안심땐쓰’에 이어 무용계를 놀라게 할 작품이란다. 안 예술감독의 출사표는 이렇다.
“한국사회는 아직도 많이 열려야 해요. 제 생각에는 편견도 여전히 많고 양극화도 심하죠. 무용이 세상을 완전히 바꿀 수 있다곤 생각 안해요. 그럼에도 ‘베터 댄 낫씽’(better than nothing), 없는 것보다는 낫죠.”
△춤은 양분을 주는 좋은 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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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예술감독의 작품은 도발적이고 파격적이다. 1988년 안은미컴퍼니를 창단한 뒤 소재나 주제 면에서 끊임없이 색다른 시도를 하며 국내외에서 활동해왔다. ‘조상님께 바치는 댄스’는 할머니들의 막춤에서 모티브를 따왔다. 프랑스 등 유럽 지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해외 순회공연까지 했다. 오는 6월에는 ‘안심땐쓰’의 해외 공연도 앞두고 있다.
안 예술감독은 자신의 작품에 대해 “대중에게 쉽게 설명하는 ‘척’ 하는 것”이라며 “알고 보면 여러 겹의 ‘층’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무용을 어려워하는 사람도 쉽게 즐길 수 있으면서 동시에 전문가가 봐도 좋은 작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이다. 안 예술감독은 “사람이 편한 것만 보면 뇌가 바보가 된다”며 “고통의 끝에서 찾아오는 환희로 뇌를 자극시키며 관객과 함께하는 게 무용단의 목적”이라고 말했다.
△저신장장애인과 에너지 넘치는 작업
‘대심땐쓰’의 키워드는 ‘높이’다. 저신장장애인이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과 그들만의 삶을 ‘높이’의 차이로 표현해 보인다. 안 예술감독은 “저신장장애인의 고단한 삶과 이를 이겨내기까지의 과정, 이들이 겪는 병명 등을 춤·음악·영상으로 보여주고자 한다”고 말했다.
안 예술감독은 “장애인이지만 두 명의 주인공으로도 무대를 꾸미기에 충분하다”는 생각이다. 안 예술감독은 “원래 5~6명의 장애인을 무대에 올리려 했다. 그러나 김범진, 김유남의 열기에 감동을 받아 두 사람만 낙점했다”고 말했다. 제목인 ‘대심’이 뜻하는 것도 바로 이들이 지닌 밝고 강한 에너지다.
안 예술감독의 춤에 대한 인상은 단순하다. “장애가 있든 없든 춤출 때 인간의 카타르시스가 뿜어져 나온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안 예술감독은 ”춤은 어떤 언어도 스포츠도 줄 수 없는 카타르시스를 준다”라며 “자신에게 양분을 줄 수 있는 가장 좋은 도구이기에 계속해서 춤을 춰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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