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이 지나면…스키니진·보정속옷 여성 건강 '적신호'

박테리아·곰팡이 등 증식 쉬워
질염 한국여성 10명중 8명 발병
세정제는 외음부에만 활용
  • 등록 2016-08-22 오전 6:06:51

    수정 2016-08-22 오전 6:06:51

[이데일리 이순용 기자] 여름철은 다른 계절에 비해 습도가 높아 여성 생식기에 박테리아, 곰팡이 등이 증식하기 쉬운 시기다. 이런 경우 질염과 방광염 등에 쉽게 노출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인체는 pH7.4 정도로 약알칼리성을 띠며, 건강한 여성의 질속은 pH3.5~4.5의 산성 상태를 유지한다. 이는 유해균이 침입하지 못하도록 질내 유산균이 산성 상태를 항상 유지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름철에는 과도하게 다이어트에 나서거나, 폭염에 면역력이 떨어지거나, 잦은 샤워로 질을 지나치게 세정하는 등 질내 유산균 균형이 깨지며 질염 등에 노출되는 빈도가 높다.

홍수정 호산여성병원 산부인과 원장은 “질염은 한국 여성 10명 중 8명이 앓을 정도로 가임기 여성에게 감기만큼 흔한 질병으로 분류된다”며 “원인에 따라 박테리아에 의한 세균성, 곰팡이에 의한 칸디다성, 트리코모나스라는 기생충에 의한 트리코모나스 질염 등으로 나뉜다”고 설명했다.

질염은 방치하면 2차적으로 다른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 가령 요도로 이어지면 요도염이나 방광염이, 자궁내막을 타고 올라가면 골반염·난소염·자궁질환 등을 일으킬 수 있다.

홍 원장은 “질염은 체취와 분비물 상태 등으로 자가진단할 수 있으며 심하게 가렵거나 따가운 경우 병원을 찾는 게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평소 속옷 등에서 나는 달큰한 냄새는 대개 페로몬에 의한 경우로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자연스러운 체내 화학반응으로 생기는 특유의 향은 체온, 식습관, 땀의 분출 여부에 따라 달라진다. 심지어 바지 핏에 따라 체취 강도가 달라질 수 있어 샤워한 뒤 일상으로 복귀하면 된다.

문제는 비릿한 향이 날 때다. 냄새의 정도가 약하더라도 어딘지 비린내가 난다면 박테리아를 의심해볼 수 있다. 보통 세균성 질염이 원인인 경우가 많다. 과도한 질세척, 성관계, 면역력 저하로 질내 세균이 증식하는 게 원인이다. 이때 간지러운 증상과 함께 악취가 나고 우윳빛 혹은 회색의 분비물이 나온다면 조속히 산부인과를 찾아야 한다. 상황에 맞는 항생제 등 약물처방이 필요하다.

여름철 여성질환과 거리를 두고 싶다면 생활습관을 바꾸는 것으로 어느 정도 예방할 수 있다. 평소 통풍이 잘되는 소재의 속옷을 입는다. 합성섬유는 습기를 원만히 조절하지 못해 세균 증식을 일으킬 수 있어 땀을 수월히 흡수하는 면 속옷을 고른다. 꽉 끼는 타이트한 스키니진이나 보정속옷은 잠시 접어둔다. 루즈한 핏의 하의가 여름철 여성건강에 유리하다.

샤워할 때 위생 목적으로 질 깊숙한 곳까지 비누칠을 하는 것은 오히려 여성건강에 해로울 수 있다. 여성청결제나 비누 등 모든 종류의 세정제는 외음부에만 활용하는 게 포인트다. 자칫 세정제가 질 내부 산도를 희석시킬 수 있어서다.

여름철 여성을 힘들게 만드는 것 중 하나가 ‘생리’다. 무더운 날씨에 두꺼운 생리대 패드까지 착용하면 땀이 차고 답답해 불쾌지수는 급격히 상승할 수밖에 없다. 이런 경우 체내 삽입형 생리대 탐폰을 쓰는 것을 고려해볼 수 있다. 성장이 덜 된 중학생까지는 불편하더라도 패드 타입의 생리대를 쓰는 게 좋다.

다만 물놀이를 할 때 탐폰을 쓰는 것은 지양한다. 탐폰이 바닷물이나 수영장물을 흡수하지 않을까 걱정할 수도 있지만 제대로 삽입했다면 그럴 우려는 거의 없다. 단 물놀이를 하다보면 장시간 탐폰을 착용하며 교체 시기를 놓치기 쉽다. 이런 경우 탐폰이 질 내부를 자극하고 탐폰이 매개가 돼 포도상구균 독소가 유입되면서 독성쇼크증후군에 노출될 우려가 있다.

홍수정 원장은 “제대로 착용하면 불어나거나 안으로 물이 들어가지는 않지만 교체시간을 놓치면 질염이나 최악의 경우 독성쇼크증후군에 노출돼 사망에 이르기도 한다”며 “아무래도 이물질이 질 내부로 들어가고 교체가 쉽지 않다는 점에서 일반 생리대보다 피부에 자극이나 염증을 줄 수 있는 요소가 많은 측면이 있어 부지런히 교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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