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판의 진화]②IT 시대, 왜 ‘방판’인가?

방문판매, 성장세 회복..화장품 업계 필두
구 시대 유통 편견 깨고 '스킨십 마케팅'으로 자리매김
온라인·모바일 무분별한 정보와 달라..맞춤 서비스 장점
  • 등록 2016-06-17 오전 6:00:00

    수정 2016-06-17 오전 10:24:35

[이데일리 함정선 기자] 아들이 6번째 대학입학마저 실패하자 엄마는 남편을 집 밖으로 내보내고 동네 친구들을 부른다. 엄마와 친구들을 찾아온 사람은 바로 ‘쥬단학 아줌마’, 화장품 방문판매원이다. 엄마와 친구들은 방문판매원에게 마사지를 받으며 스트레스를 푼다.

지난해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 등장하는 장면이다. 쥬단학 아줌마, 아모레 아줌마를 기다렸다가 화장품을 고르고 수다를 떠는 모습, 18년 전 추억 속에만 존재하는 그림일까. 그렇지 않다. 지금도 소비자를 직접 찾아 화장품이나 건강기능식품을 파는 방문판매는 건재하다.

돌아온 방문판매..‘성장 지속’

TV리모컨의 버튼만 한 번 누르면, 스마트폰 클릭 한 번이면 원하는 제품을 쉽고 빠르게 구매할 수 있는 2016년에도 방문판매 시장은 날로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한국직접판매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방문판매 시장 규모는 14조3000억원을 기록했다. 2012년 11조5000억원, 2013년 12조원, 2014년 12조7000억원으로 지속적으로 규모가 커지고 있다. 올해는 15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온라인과 모바일 쇼핑이 급속도로 성장한 시기에도 사라질 것이라고 예상됐던 방문판매 시장이 오히려 눈에 띄는 성장세를 보였다.

대표적인 방문판매 업종인 화장품 업계만 봐도 방문판매 성장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아모레퍼시픽의 올 1분기 방문판매 매출 비중은 13.6%로 전년 동기대비 7.3% 증가했다. 2000년 초반 40%에 육박했던 방문판매 비중은 2013년 20%로 내려앉으며 하락세를 이어왔으나 최근 다시 성장세로 돌아섰다. 또한 LG생활건강의 방문판매 직원인 방문판매 ‘카운셀러’ 규모는 지난해 1만6000명에서 올 1분기 1만8500명까지 늘어나기도 했다.

대표적인 IT쇼핑 채널이 오히려 방문판매를 새롭게 시작하는 사례까지 생겼다. 지난해 9월 CJ오쇼핑은 자체 화장품 브랜드의 방문판매를 시작했다. 국내 홈쇼핑 이용자수만 1500만명, 그 수많은 고객을 두고 방문판매에서 새로운 활로를 찾아 나선 것이다.

◇구 시대 유통방식?..‘스킨십 마케팅’


최첨단 IT 시스템이 쇼핑을 쉽고 편하게 만들었을지 몰라도, 방문판매가 지닌 고유의 ‘스킨십’을 대신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IT가 발달하면 할수록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기회가 줄어들고 소비자들은 클릭 한 번으로 구매하는 쇼핑을 ‘삭막하다’고 여긴다.

이 때문에 방문판매를 고집하는 기업들은 방문판매를 ‘스킨십 마케팅’으로 부르고 있다. 고객과 친밀한 관계를 통해 IT시대 소비자들의 허한 마음을 달래준다는 얘기다.

또한 IT시대 넘쳐나는 정보도 방문판매의 장점을 도드라지게 해주는 요소 중 하나다. 현재 인터넷과 모바일 쇼핑몰에서는 “팔지 않는 물건이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수많은 제품이 판매되고 있다. 넘쳐나는 정보 때문에 오히려 소비자들은 내게 맞는 물건이 무엇인지,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찾기 어려워졌다. 방문판매는 이 같은 혼란 속에서 소비자에게 맞춤 정보를 제시한다.

방문판매는 온라인, 모바일 쇼핑과는 달리 내가 소비자로서 대우를 받고 있다는 느낌도 준다. 온라인, 모바일 쇼핑 사이트에서 ‘나’는 익명의 고객이지만, 방문판매원에게 ‘나’는 특별한 고객이라고 느끼는 것.

여준상 동국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소비자들은 방문판매원을 통해 백화점에서 받는 특별한 접대 서비스를 떠올리곤 한다”며 “특별한 서비스라고 인식하는 만큼 소비자 입장에서는 다소 비싸더라도 방문판매를 통해 구매할 의사를 갖게 된다”고 말했다.

영업사원에서 카운셀러로..방판의 변신

온라인과 모바일 쇼핑몰이 첨단 기술을 바탕으로 진화하는 동안 방문판매 역시 장점을 살린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단순히 카탈로그나 물건을 들고 소비자를 방문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 최근 방문판매원들은 ‘라이프 컨설턴트’를 자처한다. 더 이상 ‘쥬단학 아줌마’, ‘아모레 아가씨’가 아닌 것.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은 방문판매원을 ‘카운셀러’라고 부른다. 자신의 피부 상태에 적합한 화장품부터 피부 관리 방법에 이르기까지 방문판매원이 길잡이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풀무원 생활건강은 방문판매원을 ‘헬스 어드바이저’라고 칭하고 있다. 역시 소비자의 나이와 습관, 건강상태 등을 따져 수많은 건강기능식품 중 필요한 제품에 대해 조언하는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안승호 숭실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IT시대 방문판매도 이전보다 정교해져야 한다”며 “태블릿PC 등 IT기기를 적극 활용하는 것뿐만 아니라 소비자의 피부를 즉석에서 진단해 피부톤에 맞는 제품을 권유하는 등 소비자 개개인에 특화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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