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소방관서에 납품된 ‘짝퉁 방화복’들

  • 등록 2015-02-16 오전 6:00:00

    수정 2015-02-16 오전 6:00:00

품질검사 표시를 조작한 ‘짝퉁 방화복’이 무더기로 공급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일선 소방관서가 구매한 방화복 가운데 상당수가 한국소방산업기술원의 검사를 받지 않은 채 납품됐다는 것이 국민안전처의 발표 내용이다. 당국이 뒤늦게 문제의 방화복 수거에 나섰으나 이처럼 품질인정 표시가 조작된 제품이 얼마나 공급됐는지조차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방화복은 화재진압에 투입돼 사투를 벌이는 소방관의 안전을 위한 마지막 보호장치다. 방화복에 문제가 있다면 소방관의 안전이 위협받는 것은 물론 나아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화재로부터 지키는 데도 지장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누군가가 부당한 이득을 노리고 짝퉁 제품을 납품한 것이라면 국민적 공분을 피하기 어렵다.

이런 사실이 조달청에 들어온 제보로 확인됐다는 것부터가 문제다. 제보가 없었다면 소방관들이 화재진압 현장에서 더 위험한 상황에 노출될 뻔했다. 방화복이 소방산업기술원의 품질검사를 받은 뒤 ‘합격’ 표시 날인을 찍어 공급되는 것이 정상인데도 어째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책임 규명이 필요하다. 납품거래를 맡은 내부 직원이 연루됐는지도 가려내야 한다.

국민안전처가 이와 관련해 방화복 납품 2개 업체에 대해 수사기관에 고발 조치했다니 결과를 지켜보고자 한다. 조달청도 이들 업체에 대한 납품대금을 환수할 방침이라고 하니, 단순히 행정착오 수준은 아닌 것이 확실해졌다. 그동안에도 비슷한 사례가 없지 않았는지도 함께 점검해 보기를 바란다.

쇼핑센터와 극장, 아파트 등 인구밀집 시설이 늘어나면서 화재도 갈수록 대형화하는 추세다. 화재가 날 때마다 소방관들이 다치거나 목숨을 잃는 안타까운 소식이 들려오기도 한다. 가뜩이나 예산부족으로 소방장비 자체가 열악한 탓이라고 한다. 그런 상황에서 방화복마저 짝퉁 제품을 착용하도록 해서는 곤란하다. 화재가 나면 자신의 신변을 돌보지 않고 불속에 뛰어드는 소방관들에 대한 최소한의 관심이자 예우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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