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이데일리 장종원 기자] “경기가 좋지 않은 탓에 새 직장을 구하기도 쉽지 않아요. 휴직 기간 중에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로 근근이 생계를 이어가는 직원도 있습니다. 팬택 정상화는 벤처신화의 부활이 아니라의 생계의 문제죠.”
크리스마스 이브였던 지난 24일 아침 앞으로 어떤 운명에 처해질 지 모르는 팬택 공장에서 만난 직원들이 한 얘기다. 팬택 주력 생산시설이 있는 김포시 통진읍 옹정리 공장을 방문하기위해 김포 산업단지 48번 국도에서 좌회전을 하자마자 자욱한 안개를 만났다. 팬택의 현실을 보여주는 듯했다.
이날은 팬택 직원의 공식적인 올해 마지막 출근 날이었다. 올해 5~6월만해도 1000여명이 북적대던 공장에는 80여명 직원들만 남아있다. 이들은 연말 휴가와 1월 강제휴가를 보내고 2월에야 복귀한다. 빈 자리는 지금 휴가 중인 직원들이 대체한다.
이날이 팬택에서의 마지막 출근 날이 될 수도 있다고 한다. 팬택이 끝내 새 주인을 찾지 못해 청산절차를 밟는다면 벤처신화의 주역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이들은 돌아갈 곳을 잃게 된다.
| 김포시 통진읍 옹정리에 위치한 팬택 공장 전경 (장종원 기자) |
|
오전 9시 공장 업무가 시작됐지만 1·2층 생산라인은 여전히 암흑속이다. 4개월전인 지난 7월 11일 ‘베가 팝업노트’를 생산한 것이 마지막이었다. 녹슬거나 고장나는 것을 막기 위해 가끔 공회전(?)을 하는 게 업무의 전부다.
올해 마지막 업무는 재고로 쌓아둔 베가시리즈 1만1000대 출하작업이었다.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휴대폰 출고가를 크게 낮추고서야 겨우 판매를 할 수 있었던 셈이다. 남은 재고 10만대는 주인을 찾지 못한 상황이다.
| 7월 이후 가동이 중단된 팬택 포장 라인. 현장 직원들은 하루 빨리 새 주인을 찾아 라인이 재 가동되기를 고대하고 있다. (장종원 기자) |
|
직원들이 의외로 담담한 모습을 보여 놀랐다. 두 번의 워크아웃과 법정관리를 거치면서 위기조차 익숙해진 탓이다. 전체 1500여명의 직원이 한달 일하고 한달 쉬는 것을 반복하면서 팬택 정상화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월급도 수차례 삭감을 거쳐 휴직자인 경우 평소의 절반에 불과할 정도로 낮아졌다.
현대전자 때 입사해 하이닉스, 큐리텔, 팬택까지를 모두 경험한 28년 산증인인 신재덕 부장은 “(새 주인을 찾는 일이나 청산은) 우리가 어찌할 수 없는 일”이라면서 “직원들은 일희일비하지 않고 담담하게 업무를 하면서 희망적인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생계를 위협받는 것은 외면할 수 없는 현실. 팬택 건물 1층 휴게실 한 켠 직원들이 포스트잇에 남겨놓은 사연에는 팬택 회생을 염원하는 직원들이 바램이 담겨있다. 상암동 본사 직원들이 일손이 부족한 김포 팬택공장에 파견나와 일한 후 남긴 격려의 글들이다.
“Vega야 언능 기운차리자! 아자 아자”, “말보다는 행동으로 팬택의 부활에 동참하겠습니다”, “베가가 다시 빛나는 그날이 올때까지 모두 화이팅!!”
포스트잇에 담긴 염원처럼 팬택에게 또 한번의 기회가 돌아올까. 이곳이 이들의 보금자리가 돼 환하게 웃는 이들의 모습을 볼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운명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 9월 팬택 상암 본사 직원들이 일손이 부족한 김포 공장 현장에 파견 나와 남긴 문구들. ‘말보다는 행동으로 팬택의 부활에 동참하겠습니다’는 문구가 눈에 띈다. (장종원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