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바야흐로 스토리시대다. 비슷한 상품이라도 이야기가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가치가 달라진다. 영어나 수학을 공부할 때도 스토리를 통해 개념이나 원리를 파악한다. 이렇듯 온갖 물건과 인물에 스토리를 입히는 작업이 활발하지만 음식만큼 풍성하고 뭉클한 이야기도 없다. ‘소풍날 엄마가 싸주신 김밥’ ‘배고픈 시절 허기를 달래주던 국수 한 그릇’ 등.
책은 미처 몰랐던 음식이야기를 통해 우리의 삶과 문화, 역사를 되돌아본다. 음식문화평론가인 저자는 음식의 유래와 사연을 바탕으로 흔히 먹는 음식 100가지에 얽힌 스토리를 모았다. 동짓날 팥죽을 먹는 진짜 이유, 잔칫날 국수를 먹는 까닭, 부대찌개와 카르보나라의 놀랍도록 비슷한 탄생 배경 등. 한참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 음식에 담긴 선조의 지혜와 슬기, 낭만과 애환을 발견하게 된다.
‘조방낙지 볶음’이란 음식이 있다. 여기서 ‘조방’은 낙지와 아무런 관계도 없는 조선방직의 줄임말이다. 일제강점기 조선방직 노동자들은 힘든 일과를 끝내고 낙지에 술 한 잔을 걸치며 끼니를 때웠다. 조방낙지에는 이러한 노동자의 애환이 담겨 있다. 소화제로 사용되던 음식도 있다. 예전 할머니들은 소화가 안 될 때 김칫국에 무와 미나리, 설고추를 넣어 담근 나박김치 국물을 한 사발 들이켰다. 떡을 먹을 때 내놓는 나박김치는 체하지 말라는 옛 어른의 지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