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지하벙커는 전쟁이 일어났을 때 대통령이 전시 상황을 총괄 지휘하는 장소다. 북한의 공격에 대비하기 위해 만든 대형 방공호에서 시작됐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이곳을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국가안보종합상황실로 만들어 안보뿐 아니라 재난까지 아우르는 위기관리상황실로 만들었다. 백악관 이스트윙 지하에 있는 대통령비상작전센터(PEOC)와 웨스트윙의 상황실을 결합한 형태가 된 것이다.
역대 대통령들은 모두 임기 초 이곳을 찾아 안보태세를 강조하곤 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은 을지연습 기간에 가족을 데리고 지하벙커에서 이틀간 생활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처럼 대규모 훈련 때나 가끔 활용되면서 지하벙커는 수십년간 녹이 슬고 물이 샐 정도로 방치됐다. 일부 대통령들은 북한을 자극할까봐 사용을 자제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위기관리상황실을 국가안보실 산하에 뒀다. 그리고 취임 직후인 지난해 3월8일 지하벙커를 예고없이 찾아 안보태세를 점검했다. 지난해와 올해 을지훈련 때도 이곳에서 회의를 열었다.
청와대는 최근 국회에 제출한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서 국가안보실의 운영 예산안을 올해보다 22억2800만원 증액한 26억8200만원으로 책정했다. 증액을 요청한 항목은 대부분 지하벙커의 시설 개선 사업에 쓰일 예정이다. 정보체계망 구축 6억9700만원, 영상전시시스템 설치 13억6000만원, 상황실 개보수 3억9800만원 등이다. 이를 통해 현재 40평 규모인 위기관리상황실을 80평 규모로 확대하고, 노후한 시스템을 새로 정비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