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광의 길’은 1957년 작이니 오래된 영화다. 하지만 전쟁이 얼마나 부조리한지를 곱씹게 해주는 작품으로 흑백화면에 87분간 펼쳐지는 ‘영광의 길’ 만한 게 없다. ‘영광의 길’은 지금까지도 가장 위대한 반전영화라는 평을 듣는다. 스탠리 큐브릭 감독이 신예 시절 카리스마 넘치는 당대 스타 커크 더글러스와 의기투합해서 만든 작품이기도 하다. 원작은 험프리 콥이라는 미국작가가 프랑스 군인 네 명이 항명죄로 억울하게 처형된 실화를 소재로 1935년에 펴낸 소설이다.
줄거리는 이렇다. 1916년 프랑스 군 총참모부 브룰라르 장군이 사단장 미로 장군에게 독일군이 장악한 고지를 공격하라고 강권한다. 미로 장군은 무모한 공격이라며 난색을 보이지만 성공하면 진급할 수 있으리라는 브룰라르의 언질에 이내 마음을 바꾼다. 미로는 예하 연대장 닥스 대령(커크 더글라스 분)에게 돌격을 지휘하라고 말한다. 닥스는 상관의 명령을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인다. 하지만 병사들은 적진에 이르지도 못한 채 극심한 피해를 입는다. 미로는 용감하지 못한 군인에게 보여줄 본보기로 병사 100명을 처형하겠다며 길길이 날뛴다. 닥스는 애초 무모한 작전이 문제였다고 반발한다. 브룰라르는 3개 중대에서 1명씩 병사 3명을 뽑아 군사 법정에 세우자는 타협안을 제시한다. 재판정에서 닥스는 변호인으로서 부하를 구하려고 애쓰지만, 이미 결론을 내려놓은 판사는 병사 3명에게 사형을 선고한다. 이튿날 사단 전체가 지켜보는 가운데 총살형이 집행된다.
근·현대 이전 시기는 제쳐놓고 20세기만 살펴보더라도 적잖은 전쟁이 일어났다. 천문학적인 피해를 무릅쓰고 치러진 전쟁이 인류가 안고 있는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한 적이 있는지 의심스럽다. 1차대전만 하더라도 전쟁 지도자들의 주장처럼 ‘모든 전쟁을 끝내기 위한 전쟁’이 되기는커녕 불과 한 세대 뒤에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켜 인류에게 5배나 더 큰 인명피해를 입히지 않았는가.
‘영광의 길’이라는 제목은 18세기의 영국 시인 토머스 그레이의 대표작 ‘한 시골 공동묘지에서 쓴 애가’라는 시에 나오는 ‘영광의 길을 따라가다 보면 무덤에 이를 뿐’이라는 구절에서 따온 것이다. 종착지가 무덤이라는 사실을 알면 헛된 영광을 추구하며 전쟁의 길에 나서려는 인간이 조금은 줄어들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