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th SRE]동양증권, 그룹 짊어진 소년가장

대규모 손실, 고객이탈… 신뢰도 ‘흔들'
  • 등록 2013-11-13 오전 7:00:00

    수정 2013-11-13 오전 7:00:00

[이데일리 하지나 기자] 동양증권만 떼놓고 보면 어디 흠잡을 곳 없는 건실한 증권사다. 거래대금 축소, 지수 하락 등 어려운 시기에도 2012년 회계연도 기준으로 영업이익 42억원을 달성했다.

하지만 계열사들이 자금난에 시달리면서 졸지에 그룹의 소년가장으로 전락한 데다 계열사의 법정관리까지 이어지며 뭇매를 맞고 있다.부실 계열사의 1조5000억원 규모 기업어음(CP)과 회사채를 개인 투자자에게 판매했다는 사실에 불완전 판매 의혹이 불거졌으며 대규모 손실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번 18회 SRE에서 동양증권(BBB↓, BBB+↓)은 111명 중 25표(23%)를 받으며 신용등급이 적정하지 못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17회 SRE에서 동양과 동양시멘트 동양증권을 모두 합쳐 14표를 받았던 것과 비교하면 큰 폭으로 늘어났다. 동양과 동양시멘트는 9월30일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18회 SRE 워스트레이팅 설문 후보에서 제외됐다.

추락한 기업신뢰도, 수익성 악화

계열사 법정관리 후 동양증권의 펀더멘털도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먼저 고객 자금 이탈 현상이 나타났다. 동양증권의 종합자산관리계좌(CMA) 잔고는 8월 말 8조원 수준이었으나 동양사태 이후 약 6조원의 자금이 인출됐다. 10월11일 기준으로 CMA잔고는 1조7900억원에 불과하다.

다만 고객자산과 회사자산이 분리돼 있어 당장 재무구조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평가다.

한국기업평가 관계자는 “동양증권 자산의 위험도에 따라 0%, 10~50%, 100% 손실률을 적용해 채무상환 여력을 검토한 결과, 현재 시점에서 후순위사채를 포함한 부채 전체의 상환은 가능한 수준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현재 동양증권의 사채 발행잔액은 선순위사채 1500억원, 후순위사채 5997억원이다. 오는 11월 52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 만기가 가장 먼저 도래한다.

그럼에도 시장 전문가들이 동양증권의 신용등급이 적정하지 않다고 본 것은 금융산업의 가장 중요한 펀더멘털이 ‘신뢰’이기 때문이다. 부실계열사의 채권을 팔았다는 이유로 동양증권은 금융시장에서 신뢰성을 잃었고 이를 회복하기 위해서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릴 지 장담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지난 10월11일 한국신용평가는 동양증권의 후순위채 신용등급을 BBB에서 BBB-로 하향조정했다. 위지원 한신평 수석연구원은 “동양그룹 사태로 본격화된 자금이탈이 예상보다 장기화되면서 영업가치가 심각하게 훼손된 것으로 판단한다”며 “소매 판매망에서의 신뢰도 손상을 고려했을 때 고객 기반 회복이 쉽지 않을 것”이라며 등급 하향 배경을 설명했다.

펀더멘털 악화는 숫자로 바로 나타난다. 동양증권의 2012년 회계연도(2012년 4월~2013년 3월)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판매관리비만 4744억원에 이른다. 그러나 동양증권의 자기자본 규모는 1조3000억원에 불과하다. 3~4년이면 자기자본을 다 까먹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SRE 자문위원은 “올해 동양증권은 대규모 적자를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고정 비용으로 매년 4000억원 가량이 발생하는 상황에서 영업망이 훼손되면서 이를 충당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동양증권의 100% 자회사인 동양파이낸셜대부가 주요 계열사의 회생절차 신청에 따라 관련 주식 및 대여금 등에 대규모 손실을 인식하면서 자기자본도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결국 동양증권도 대규모 손상차손을 반영할 수밖에 없다.

한신평 관계자는 “2012년, 2013년 회계연도 1분기 기준 기본손익 커버리지가 약 101%에 불과한 데다 고객 기반이 이탈하면서 수수료와 이자 손실이 발생할 것”이라며 “대규모 구조조정을 통한 판매관리비 감축이 전제되지 않는 한 영업손실은 장기화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현재 동양증권 지점 수는 110여개로 업계 2위 규모다. 임직원 수도 업계 6위로 비용 감축을 위한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추가 부실 가능성… 불완전 판매

더욱이 불완전판매 혐의까지 제기되면서 개인투자자들의 집단 소송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더 큰 문제는 피해 보상 규모를 미리 가늠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금융당국과 국회가 나서서 피해자 구제 총력을 다 하고 있는 데다 상품을 판매한 동양증권이 동양그룹의 계열 증권사라는 점에서 일반적인 불완전 판매와는 다르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게다가 법정관리에 돌입한 동양레저와 동양인터내셔널이 동양증권의 지분을 각각 14.8%, 19% 보유하고 있어 회생 절차 과정에서 동양증권이 매물로 나올 가능성도 높다. 하지만 불완전판매에 따른 잠재 비용 때문에 실제로 매각이 성사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물론 통상적인 불완전 판매의 사례를 적용하면 실제 보상 금액은 크지 않을 수 있다. 지난 2011년 영업정지를 당한 21개 저축은행의 후순위채에 투자한 피해자들의 경우 투자금액 1조2047억원 중 1143억원을 보상받았다. 전체 투자금액의 10%에 불과하다.

이번 동양, 동양레져, 동양인터내셔널의 경우 회생계획안에 따라 채무가 조정되고, 출자전환 방식으로 배정되는 일부 주식을 제외한 손실액에서 현금 배상액이 정해진다. 특히 동양레저와 동양인터내셔널은 오랜 기간 자본잠식 상태로, 채무관계에 따라 재산을 정리하고 나면 투자자들이 받게 되는 실제 변제액은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시장에서는 불완전 판매가 확인되더라도 보상금액이 투자금액의 10%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리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동양증권이 매물로서 매력이 없다는 지적도 있다. 동양증권 시가총액은 10월 28일 종가 기준으로 3063억원 수준이다. 계열사 지분 (33.8%)을 모두 인수하고, 경영권 프리미엄 30%를 고려하면 인수금액은 1300억원 가량이 된다. 그러나 불완전 판매에 따른 보상비용이 추가로 투입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인수 후 남는 것이 없다는 분석이다. 적정기업가치에 대한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

한기평 관계자는 “동양증권의 영업기반 위축 수준과 회복 여부, 수익창출력 저하 및 고정비용 부담에 따른 손실 발생 가능성, 불완전판매 존재 여부 및 관련 부담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있다”며 “이러한 요소들이 동양증권의 재무건전성 및 채무상환 능력에 미칠 수 있는 부정적인 영향에 대해 집중적으로 모니터링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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