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깔끔하게 정리된 방 한쪽 벽에 조각배가 그려진 그림이 걸려있다. 여행을 마치고 돌아와 잠시 쉬는 중인지, 다시 떠날 여행을 기다리는 중인지 알 수 없다. 반대편 벽엔 빨간색, 파란색 선이 가득한 세계지도가 보인다. 그 앞 책상엔 갈색 지구본과 펜으로 꽉 찬 커다란 연필꽃이 대여섯 개가 놓여있다. ‘에스파냐’라는 가깝고 먼 나라로 33년간의 대장정을 마친 ‘먼나라 이웃나라’의 저자 이원복(67) 덕성여대 석좌교수의 연구실이다.
‘먼나라 이웃나라’는 1981년 연재를 시작한 이후 1700만권이 넘게 팔렸다. 책을 읽으며 세계여행을 꿈꿨던 아이들이 자라 자신의 아이에게 이 책을 선물한다.
“시원섭섭해요. 그런데 생각보다 큰 감회는 없어요. 작업은 계속 되니까...”
막상 작업을 마무리한 이 교수는 덤덤했다. 실제 그는 지역별로 엮은 ‘가로세로 세계사’를 준비 중이다. 벌써 세 권이 나왔다. 200여 개가 넘는 나라가 사실은 지역으로 얽혀 있고, 이들이 지닌 공통 키워드를 중심으로 풀어가는 게 더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이란 설명이다.
그 답으로 그는 “내가 워낙 낙천주의자라”라며 웃음으로 답했다.
“10년간 유학생활하며 통장에 돈이 최고 많았을 때가 100만원이었어요. 미래에 대한 보장도 없었고. 다만 내가 재미있는 일을 찾아서 했고 그게 만화였죠. 어떻게든 되겠지라고 생각했어요. 부정적으로 생각하면 불안해서 못 살지.”
“아날로그는 상대가 있어야죠. 디지털은 혼자서 해결할 수 있지만 아날로그는 그게 아니니까. 친구와 만나서 토론도 하고 연애도 하고. 그렇게 젊은 시절의 고민을 나누는 게 중요해요. 또 내 인생의 기본이 됐던 게 어릴 적 읽었던 세계문학전집이에요. 공부하라고 강요할 것이 아니라 그런 경험을 쌓아야 세상을 길게 볼 수 있죠.”
그는 무엇보다도 도전을 강조했다.
“조율만 하고 있으면 절대 못 던져요. 주사위는 던져야지. 나는 싸워야 청춘이라고 생각해요. 남이 쓰다듬어 주기만 바라지 말고. 유리 천장이 단단해 보이고 어려운 시대지만 반드시 길이 있습니다. 길이 없을 수는 없어. 그걸 찾는 게 힘들겠지만 반드시 길은 있다는 걸 잊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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