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왕따' 벗어나려면 정부가 제 역할해야

글로벌 증시와 격차..점차 디커플링 해소 전망 우세
재정·통화·환율·부동산 등 효과적 정책대응 전제조건
  • 등록 2013-03-18 오전 8:15:01

    수정 2013-03-18 오전 8:15:01

[이데일리 김경민 기자] 국내 주식시장은 언제쯤 글로벌 ‘왕따’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글로벌 증시가 상승랠리를 펼치는 동안 국내 증시만 지지부진했던 만큼 점차 그 격차를 줄여나갈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재정과 통화, 환율, 부동산 등 정부의 효과적인 정책 대응을 그 전제조건으로 제시했다.

글로벌 증시는 쌩쌩..한국만 부진

미국과 일본 증시는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반면 코스피는 올 들어 2000선을 오르내리면서 지루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글로벌 증시와 반짝 동조현상을 보였지만 이달 들어 다시 차별화가 심해지고 있다.

국내 증시가 부진한 직접적인 이유로는 우선 글로벌 상장지수펀드(ETF) 운용사인 뱅가드펀드의 벤치마크 조정이 꼽힌다. 투자대상을 교체하면서 외국인 매물이 대거 쏟아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최근 도발 수위를 높이고 있는 북한발 지정학적 리스크도 투자심리를 악화시키고 있다.

엔화 약세도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국내 수출기업들은 주요 수출시장에서 일본과 경쟁을 벌이고 있어 달러보다는 엔 환율이 더 민감하다. 이 와중에 일본이 엔저 공세에 나서면서 자동차와 기계, 화학 등 수출업종의 타격이 현실화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여기에다 새 정부의 정책 리스크를 더 근본적인 변수로 지적한다. 대통령 선거 후 석 달이나 지났는데도 새 정부가 제 모습을 갖추지 못한 채 정책 대응이 늦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특히 미국에 이어 일본마저 아베노믹스를 통해 공격적인 경기부양에 나서는 등 주요국들이 자국 경제 챙기기에 올인하면서 정책 공백이 더 크게 나가오고 있다.

류용석 현대증권 시장분석팀장은 “일본은 재정·통화 팽창정책과 함께 공적연금의 주식매입 확대 등 경기부양책을 집중적으로 내놓고 있는 반면 우리는 새 정부가 출범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재정·통화·환율 등 정책적 지원 동반돼야

전문가들은 글로벌 증시가 크게 오르는 와중에도 국내 증시는 제자리 걸음에 그친 만큼 중장기적으로 디커플링을 해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삭티 시바 크레디트스위스(CS) 글로벌 이머징마켓 전략 대표는 “외국인 투자자 비중이 낮아진데다 밸류에이션 매력이 여전하다”면서 “세계 경제가 모멘텀을 회복하고 있고, 환율도 안정세를 되찾고 있어 코스피지수가 더 오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그 시기를 앞당기려면 새 정부가 하루빨리 진용을 갖추고, 미국과 일본에 맞서 재정·통화·환율 등 정책적 지원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함께 나온다. 특히 부동산 활성화 대책과 금리인하, 한국형 토빈세 도입 등에 대한 요구가 많았다.

윤지호 이트레이드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국내 가계대출 증가세가 여전하다는 점에서 신용회복을 위한 지원이 필요하다”면서 “내달 정도에 기준금리를 내리고, 부동산 대책도 서둘러야 한다”고 밝혔다. 오창섭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환율 안정성을 높이려면 한국형 토빈세 도입이 필요하다”가 주문했다.

무엇보다 경제수장인 경제부총리를 비롯한 새 정부 구성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았다. 신창목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각 국이 금융위기 극복 과정에선 정책공조에 나섰지만 이젠 자국 경제 챙기기에 바쁘다”면서 “새 정부가 하루빨리 진용을 갖추고 경기부양에 속도를 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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