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신문 | 이 기사는 이데일리신문 2012년 06월 21일자 39면에 게재됐습니다. |
[이데일리 김동욱 기자] 며칠 전 `보금자리주택 당첨됐는데 입주까지 7년`이란 본보 기사를 읽은 한 독자로부터 전화 한 통을 받았다. 본인을 약사로 소개한 그는 기자에게 작심한 듯 하소연을 쏟아냈다. 사연은 이렇다. 3차 보금자리지구 중 한 곳인 서울 항동지구에 3년 전 땅을 구입해 장모와 함께 살고 있는 김씨. 그는 사업 시행자인 SH가 보상작업을 무기한 지연시키면서 이에 따른 물적·정신적 피해가 상당하다고 했다.
전후사정을 아는 나로서는 충분히 이해가 됐다. 보금자리주택은 그린벨트 지역을 해제해 짓기 때문에 개발이 제한적이다. 집은 언젠가는 헐릴 운명이어서 돈 들여 수리하기도 망설여진다. 결국 보상에만 매달릴 수밖에 없는 처지다.
실제 이곳 사정은 최악이다. SH가 자금난을 이유로 올 예산에서 항동지구 보상금을 빼면서 보상일정이 연기되면서 일이 더 꼬였다. 2015년 1월로 예정된 입주시기는 2017년으로 늦춰졌다. 결국 2년 전 사전예약에 당첨된 서민들은 입주까지 7년을 기다려야 하게 됐다. 문제는 시범지구인 서울 강남지구를 제외한 사업장 대부분이 이와 비슷한 처지에 놓여 있다는 점이다. 최근 정부는 한 해의 주택정책방향을 담은 주택종합계획을 내놓았다. 여기서 정부는 올해 보금자리주택 15만가구를 짓겠다고 밝혔다. 특히 서민주거안정을 위해 임대주택 비율을 늘렸다는 설명도 빠뜨리지 않았다.
보금자리주택이 착공조차 어려운 것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사업 시행자의 재정난 때문이다. 돈이 없어 못 짓는 것이다. 시간이 지난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도 아니다.
상황이 이렇다면 정부도 전략을 바꿔야 한다. 지금처럼 무리하게 목표량을 채우기 위해 매년 사업승인물량에만 집착하는 것은 전형적인 전시행정에 불과하다. 더욱 중요한 것은 서민들이 얼마나 정책 효과를 체감하는지 여부다. 일방향식 소통방식에 익숙한 정부에 변화를 기대한다면 무리일까. 한번 지켜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