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NYT)는 2일(현지시간) "경제가 한국의 성형수술 욕망을 둔화시키다"라는 제하의 기사를 통해 글로벌 경제위기로 고객이 급감하면서 '성형 왕국' 한국의 관련 업계가 침체에 빠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NYT는 한국의 경우 10년전 외환위기를 극복한 뒤 국민들의 생활수준이 높아지면서 '눈을 크게 하고, 피부를 하얗게 만드는가 하면, 코를 높이 세우는' 미용 성형수술이 대중화됐다고 소개했다.
특히 한국에서는 취직과 교육, 결혼을 위한 성형수술이 유행하면서 지난 한해 20~50세 한국 여성의 30%인 240만명이 성형 수술이나 미용시술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이에 비해 미국의 경우 지난해 성형수술을 받은 인구는 1천170만명으로 한국의 4.9배지만 인구비례에 따르면 한국이 20% 정도 더 높은 수치다.
그러나 최근 글로벌 경제위기로 한국증시가 큰 타격을 받고 원화가치가 떨어짐에 따라 중산층들이 그들의 '습관'을 바꾸면서 성형업계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고 신문은 소개했다.
뉴욕타임스는 한국에서 성형수술은 의료보험에 적용을 받지 않아 성형외과 의사들의 고수익이 보장되면서 압구정동에만 무려 627개의 성형외과 병원이 몰려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요즘 압구정동 성형외과 병원을 찾으면 한동안 줄을 서 기다려야만 했던 대기실이 텅 비어있고, 심지어 가격 인하를 알리는 간판까지 등장했다.
성형외과 의사인 박 현 씨는 NYT와의 인터뷰에서 "보통 연말은 대학입시를 끝난 예비 대학생들의 성형수술이 많은 시기이지만, 지난해 말의 경우 예년보다 고객수가 절반으로 줄었다"면서 "이 때문에 간호사 7명 가운데 3명을 해고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경제가 어려우면 사람들이 외식과 사치품 구입을 줄이는 것처럼 성형수술도 줄어들기 마련"이라면서 "그러나 최근의 경기침체가 대공황과 같은 최악의 수준이라면 관련 업계에는 끔찍한 일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50대 가정주부인 성 모씨의 경우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정기적으로 성형외과를 찾았지만 이제는 병원에 들르는 횟수를 줄였다.
하지만 성 씨는 "경제가 어려워도 여성들은 여전히 성형수술을 원한다"면서 자신은 최근 수술보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보톡스 시술을 받았다고 말했다.
특히 최근 한국의 원화가치가 하락하면서 일본과 중국인, 재미동포들이 수술비용이 저렴한 한국의 성형외과를 찾는 추세가 늘어가고 있는 것은 그나마 성형 업계에 희망이 되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실제 일부 병원들은 고객의 20~30%가 외국인들로 채워지고 있다.
한편 일부 대형 성형외과들은 향후 큰 시장으로 떠오를 중국에 지사를 개설하는가하면, 일부 병원은 압구정동의 치열한 경쟁을 피해 서울의 변두리 지역으로 이전하는등 살아남기 위한 묘안을 짜내고 있다.
최근 압구정동에서 병원을 이전한 성형외과의인 장 모씨는 "그동안에는 이익이 많은 가슴성형을 주로 했지만 이제는 사마귀나 반점 제거와 같은 시술도 적극적으로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성형수술 관련 기자재를 공급하는 회사들도 값비싼 기계보다는 중고품에 대한 수요를 염두에 두고 영업전략을 바꾸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