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시각)희망찾기

  • 등록 2008-02-26 오전 7:06:13

    수정 2008-02-26 오전 11:31:45

[뉴욕=이데일리 김기성특파원] 월가가 깊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혹시나 하면서 전전긍긍했던 세계 1, 2위 채권보증업체(모노라인) MBIA와 암박 파이낸셜의 최고 신용등급이 일단 유지되는 것으로 S&P가 결론을 내렸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금융권의 대규모 부실과 직결되는 모노라인 사태에 대한 우려감이 크게 줄어들었다. 뉴욕 주식시장은 이같은 S&P발 호재에 화답하며 일제히 급등세로 마감했다.

특히 고무적인 것은 S&P가 모노라인 사태의 핵심중 핵심으로 여겨졌던 MBIA를 부정적 관찰대상에서 제외했다는 사실이다. 이는 MBIA가 최고의 신용등급을 잃을 위기에서 벗어났음을 의미한다. 적어도 S&P로부터는 말이다.

다만 8개은행 컨소시엄으로부터 30억달러의 자금지원을 받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는 암박에 대해서는 향후 신용등급 하향조정 가능성이 있는 부정적 관찰대상을 유지했다.

스탠더드차터드은행의 선임 통화 전략가인 마이크 모란은 "S&P의 발표가 지평선의 먹구름을 걷어냈다"고 진단했다.

멘든 캐피탈 어드바이저의 펀드매니저인 안톤 슈츠는 "채권보증업체들의 신용등급이 유지되는 한 은행들이 암박과 MBIA로부터 보증받은 채권을 부실자산으로 처리할 필요가 없다"며 S&P 발표가 대형 호재임을 강조했다.

사실 이날 월가에는 호재성 뉴스가 오랜만에 만발한 편이었다.

미국의 최대 항암제 제조업체인 지넨텍 등 제약업체들의 신약 승인 소식이 잇따랐고, 비자카드가 미국 사상 최대인 170억달러 규모의 기업공개(IPO)에 나선다는 뉴스도 날아들었다.

비디오게임 소프트웨어업체인 일렉트로닉아츠(EA)는 테크투를 반드시 먹겠다며 또다시 인수를 제안했고, 사모펀드(PEF)인 헬먼 앤 프리드먼은 게티이미지를 21억달러에 인수키로 했다. 간만에 들려온 인수합병(M&A) 소식이었다.

이런 호재들은 암박에 대한 구제책 발표 기대감과 월가 전망치를 웃돈 1월 기존주택판매실적과 겹들여져 다우 지수를 한때 100포인트 이상 끌어올리기도 했다.

하지만 월가는 `S&P발 모노라인 호재`가 터지기 전에 한가지 분명한 시각도 드러냈다. 일회성 호재들은 미국의 경기후퇴(recession)를 논하는 이 시점에선 `곁가지`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개별 종목 호재의 생명력은 몇시간에 불과했다. `S&P발 호재`가 뉴욕 주식시장의 급등세를 주도하기 직전까지 주요 지수는 보합권으로 다시 밀렸던 것이다.

결국 월가가 관심을 집중하고 있는 것은 두가지 밖에 없다. 하나는 신용위기 관련 이슈요, 또다른 하나는 주택경기 관련 이슈다.

이런 맥락에서 모노라인 우려감을 크게 줄인 `S&P발 호재`와 주택경기 바닥론의 고개를 들게 만든 1월 기존주택판매는 월가로선 위안이 아닐 수 없다.

존슨 리서치 그룹의 사장인 크리스 존슨은 "1월 기존주택 판매 실적이 여전히 좋지 않았지만 일정부분 안정화 신호를 보여줬다"며 "만약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했던 주택시장이 바닥을 의미한다면 금융시장은 매우 고무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월가의 희망찾기 환경은 여전히 녹록하지만은 않다. 월가가 가장 싫어하는 불확실성이 여기저기에서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액션 이코노믹스의 애널리스트들은 "S&P가 MBIA와 암박의 신용등급을 유지한 것은 긍정적이지만 그 발표 내용은 헤드라인 만큼이나 긍정적인 것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아발론 파트너스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피터 카딜로는 "모든 투자자들이 암박 구제책을 기다리고 있다"며 "만약 이번 구제책이 완성되지 않는다면 시장은 방어적인 자세를 유지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힌즈데일 어쏘시에이츠의 투자 디렉터인 폴 놀테는 "변동성 장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며 "신용위기가 확대되는 한 시장은 리스크에 노출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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