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덕 위원장의 서브프라임 사태 진단은

글로벌 과잉유동성의 쏠림현상에서 비롯
헤지펀드 규제등 국제적 공조 필요 지적
  • 등록 2007-09-07 오전 8:01:00

    수정 2007-09-07 오전 8:01:00

[이데일리 김춘동기자] 김용덕 금융감독위원장 겸 금융감독원장이 국제금융전문가로서 서브프라임 사태를 비롯한 최근 국내외 금융환경 변화에 대한 진단을 내놨다.

김 위원장은 7일 서울파이낸셜포럼 강연에서 "최근 문제되고 있는 서브프라임 부실의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원인은 초과수익을 기대하는 글로벌 과잉유동성이 모기지시장에 과도하게 집중됐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서브프라임 사태 역시 국내 주택담보대출과 단기외채 등의 문제와 마찬가지로 쏠림현상에서 비롯된 구성의 오류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다.

그는 "미국과 동아시아의 불균형과 글로벌 과잉유동성,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 등의 불안요인이 더해지면서 사태가 확산됐다"며 "미국의 주택경기 침체에서 시작된 서브프라임의 부실은 헤지펀드 등 국제투기자본을 매개로 국제금융시스템의 안정을 위협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국내 금융시장 역시 서브프라임 사태로 한국물 채권의 발행이 지연되면서 조달비용 상승과 함께 자금조달에 애로를 겪고 있다"며 "안전자산 선호현상과 엔캐리 청산 우려에 따라 외국인 투자자금이 이탈하면서 주식과 외환시장의 변동성도 확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세계 금융환경의 가장 핵심적 변화로 금융시장의 세계적 통합과 국가간 상호의존도가 심화되는 금융 글로벌화의 진전을 꼽았다.

그는 "금융의 글로벌화는 국제적인 자금배분의 효율성을 제고해 세계 경제성장을 촉진시키는 순기능이 있는 반면 세계 금융시장의 불안정을 증폭시키고 금융위기의 가능성을 높이는 부작용도 수반한다"고 진단했다.

또 "최근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헤지펀드의 단기투기거래 행태와 시장의 쏠림현상은 때때로 금융위기를 불러온다"고 지적했다.

특히 "최근 금융의 자율화로 사모펀드(PEF)와 함께 급성장하고 있는 헤지펀드는 글로벌 스탠다드 확산의 순기능이 있지만 높은 레버리지를 통해 고위험·고수익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국제금융시스템의 안정을 위협하는 역기능도 크다"고 평가했다.

그는 "헤지펀드는 많은 순기능과 함께 심각한 역기능도 가지고 있는 만큼 국제감독기구간 협력이 필요하다"며 "각국의 감독기구가 헤지펀드에 대한 직간접 규제의 필요성에 대해 논의하고 있는데 합의가 도출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아시아 국가에서 외환위기가 재연될 경우 외환보유고를 서로 활용하자는 소위 치앙마이이니셔티브(CMI)의 협상주역으로 참여해 국제적인 협력을 이끌어낸 경험을 가지고 있다.

국내 금융시장 변화에 대한 분석도 제시했다. 김 위원장은 "국내 금융시장은 금융자산의 축적과 고령화의 진전으로 전통적 금융상품에서 투자와 펀드 중심으로 이행하는 초기 단계에 진입했다"고 진단했다.

반면 "제도변화와 해외요인으로 시장 불안정성이 증폭되고 있다"며 자본시장통합법 제정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금융허브 정책 등을 그 사례로 제시했다.

또 "자통법 시행으로 포괄주의가 도입돼 금융상품이 자율화되고, 업무영역 규제 완화가 진행되면 경쟁이 격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외국계 회사의 진출이 두드러진 보험산업과 선진 투자은행(IB)의 진출이 예상되는 증권산업의 경우 시장확보 경쟁이 보다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했다.

방카슈랑스와 증권사에 대한 신탁업 허용 등 겸업화에 따른 금융회사의 전략적 제휴가 확대되고 있다는 점도 금융산업 변수로 꼽았다.

그는 "바람직하지 못한 소모적 경쟁과 모럴해저드를 지양하는 것은 플레이어 각자의 의무지만 시장의 안정을 위해 감독역량 강화가 얼마나 필요한가를 새삼 깨닫게 된다"고 밝혀, 향후 국내 금융산업의 쏠림현상과 과당경쟁을 막기위한 정책을 지속적으로 펴나가겠다는 방침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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